[워싱턴은 지금]美대선 비방전에 언론인 때아닌 수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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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앵커 멘트-신문 기사 상대방 공격위해 변형 광고… “나도 모르게 이용당해” 반발

은퇴한 미국의 유명 방송 앵커 톰 브로코가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컴백을 한 것이 아니라 미국 대선 방송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밋 롬니 후보 측이 제작한 이 광고는 15년 전 NBC 저녁뉴스 앵커였던 브로코가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의 윤리규정 위반 뉴스를 전하는 방송 클립을 25초간 보여준 후 ‘이런 사람(깅리치)이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습니까’ 하는 성우 멘트로 끝을 맺는다. 브로코의 사전 허락 없이 제작된 이 광고는 플로리다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TV를 통해 대대적으로 방송됐다.

CNN 앵커 울프 블리처, ABC 앵커 다이앤 소여 등도 자신도 모르게 론 폴과 릭 샌토럼 후보 광고에 등장했다.

방송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신문의 기자와 칼럼니스트들도 자신이 쓴 기사의 중요 문구가 빨간 줄이 쳐져 부각되는 방식으로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선거 광고에 등장한 기자와 앵커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일 전했다. 화가 난 브로코는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당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깅리치는 롬니가 운영했던 베인캐피털이 건강보험 사기에 연루됐다는 비방광고를 내보내면서 스콧 헬먼 보스턴글로브 기자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말 의문의 여지가 많다”고 발언한 부분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실은 이 발언은 베인캐피털이 아닌 ‘롬니의 정치적 성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사들은 각 후보 진영에 방송 클립이나 신문 기사를 허락 없이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그 이상은 문제 삼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언론 보도를 선거 광고에 그대로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적절하게 변화시킨 사용(fair and transformative use)’에 대해서는 허용하고 있다.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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