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오바마, 아프간戰이기려면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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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려움이 없었다. 되레 폭발음을 즐기고자 했다. 미국 댈러스의 마천루를 폭파하려 한 19세 요르단 청년 호삼 마헤르 후세인 스마디 얘기다. 그는 약 2주 전 댈러스 시내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차량엔 1995년 오클라호마 폭발사건의 범인인 티머시 맥베이가 사용한 것과 유사한 비활성 폭탄이 들어 있었다. 정보당국자는 그가 범행 순간의 폭발소리를 듣고 싶었는지 공범이 건넨 귀마개 착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등골이 서늘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이건 어떤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를 암살하려다 사망한 알 카에다 조직의 폭파범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폭탄과 기폭장치를 자신의 직장 안에 삽입했다.

2주 전 덴버에서 FBI는 나지불라 자지라는 24세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를 체포했다. 2005년 런던 폭발사건 당시 사용된 것과 똑같은 사제폭탄으로 테러를 기도한 혐의다. 그는 파키스탄에 가서 폭발물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로 폭탄 제조법을 알아낸 뒤 화장품 가게에서 (아세톤 같은) 폭탄 원료를 구입했다. 화장품 가게 점원이 “왜 이리 많이 사느냐”고 묻자 그는 “여자친구가 많다”고 태연하게 둘러댔다.

이런 테러기도 사례는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 지쳤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아니다. 그들은 더 창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둘째, 테러와의 전쟁엔 ‘좋은 전쟁’이나 ‘나쁜 전쟁’이 있을 수 없다. 오직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여기저기가 전선(戰線)인 하나의 전쟁이 있을 뿐이다. 이는 조용히 침묵하는 다수의 무슬림과 폭력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인 소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들 소수는 이슬람 교리와 영토를 정화하고 무슬림 대제국을 재건하기 위해 무신론자와 이교도, 심지어 세속적인 자신들의 지도자까지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믿는다.

셋째, 최근 가장 활발한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전이 아니라 ‘버추얼(가상) 아프가니스탄’전쟁이다. 즉 지하디스트들의 웹 사이트와 기성 종교그룹의 네트워크다. 이를 통해 지하디스트들은 알 카에다의 공식적인 명령 없이도 젊은 무슬림 전사들이 테러를 할 수 있도록 대원을 충원하고 훈련시킨다.

넷째,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단기적으로는 지하디스트를 섬멸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무슬림 사회와의 파트너십이 승리의 관건이다. 이들이 번영하는 국가를 세우고, 세계 경제 흐름에 녹아들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테러와의 전쟁’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간 정책은 테러리스트를 섬멸하기 위한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었을 뿐이다. 반면 이라크전쟁은 아랍-무슬림 사회의 중심에 다양성과 합의를 존중하는 정부를 세우는 ‘테러와의 전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국가의 재건을 포함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바꾸는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하려고 한다면 중요한 것은 그 규모가 아니라 이를 통한 그의 서약 내용이다. 그가 이 문제에 헌신적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와 함께할 많은 동지를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악당(테러리스트)들은 철저히 헌신적이고 절대 지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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