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의 대치동 통신]<7>강사와 교사를 비교말자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곳은 우리 사회에 널려 있다. 하지만 사교육 강사들의 세계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런 곳이다. 특히 서울 강남의 학원 강사들 간 경쟁은 치열하기 그지없다. 강남은 모든 강사가 적(籍)을 두고 싶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인정받으면 다른 지역 강의는 쉽다.

이른바 ‘잘나가는’ 억대 연봉 강사들의 특징은 화려한 이력에 있지 않다. 학력은 처음 제자를 모을 때나 잠시 약효가 통할 뿐이다. 명문 S대 박사 학위자가 첫 수업 후 전원 환불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는 따위의 얘기는 진부할 정도다. 수업의 성공 요인은 강사의 지식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 능력에 있다.

아이들은 첫 시간부터 강사의 강의력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이의 첫 수업 경험을 전해 듣고 신통치 않다고 생각하는 강남 엄마들의 행동은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다. 자녀에게 즉각 “그만두라”고 ‘명령’을 내린다.

필자도 첫 강의 때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멍하니 서 있었던 경험이 있다. 중요한 것은 출발의 화려함이 아니다. 한두 명이라도 찾아온 제자에게 정성을 다해 소통 능력을 보여주면 제자는 부지기수로 늘어난다. 강남은 단 2명의 학생을 6개월 만에 2000명으로 늘렸다는 전설이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잘나가는 강사의 생활은 ‘참살이(웰빙)’와는 무관하다. ‘목숨’ 걸린 강의 준비로 늘 시간에 쫓기고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김밥 한 줄, 떡볶이 1인분이 하루 식사일 때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새해맞이 다짐이 ‘올해에는 하루 세 끼 제대로 먹자’는 것일까. 사교육 시장은 이런 노력 없이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가르치는 데는 선수’인 강사들이 있어서인지 강남 고교에는 ‘야자’(야간자율학습)가 강하지 않다. 아니, 학부모들의 성화에 학교가 아이들을 밤 10시까지 묶어놓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다른 지역 고교들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야자’를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남 학원 강사들을 예로 들며 학교 교사의 경쟁력 부족을 비판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실력이 없다”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로라하는 온라인 교육업체 대표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일단 교사가 되면 평생직장이 보장되고, 열심히 해도 특별히 더 받는 것도 없다. 그러니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닐 게다.

하지만 강사와 교사는 다른 존재다. 교사가 하는 일은 수업만이 아니다. 아침부터 문제가 있는 아이 부모의 전화를 받는 일로 일과를 시작해 하루 수십 건의 공문을 처리해야 하고, 아이들의 인성과 건강까지 도맡는 담임 역할도 해내야 한다. 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학교를 성적만을 위한 학원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원과 강사는 모자라는 학습력 향상을 돕는 보조자일 뿐이다.

문철 메가로스쿨 교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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