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수/기업 살려야 청년실업 풀린다

  • 입력 2004년 3월 1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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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에서 최근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증적 처방이 대부분이어서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대책과 단기대책으로 나누어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산업-교육정책 실패가 근본원인 ▼

청년실업은 산업정책과 교육정책의 실패가 근본 원인이다.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조립기술과 모방기술로 성장을 추구해 온 산업정책과 산업의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사회와 정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된 교육정책이 오늘날 청년실업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1995년 32만4000명이던 대졸자는 2003년 50만5000명으로 증가한 반면 30대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산업의 일자리는 최근 5년 사이에 33만개가 감소했다. 생산성 증대와 산업사회의 성숙으로 고실업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높은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선진국 중 청년실업률이 높은 나라는 프랑스(16.2%), 영국(12%), 미국(11.4%), 일본(10.7%), 독일(9.1%) 순이다. 우리나라는 올 2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9.1%라고 하지만, 구직활동을 단념한 실망실업자를 합치면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경우 산업 성숙도가 이들 선진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가 정신의 회복에 있다. 기업은 고용의 원천이고 수익창출의 근본이다. 기업인의 기업하는 마음, 기업을 할 의욕이 되살아나면 고용도 늘고 경기도 회복된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공장을 헐고 부동산 개발을 하는 것이 수익성이 훨씬 높고, 창업하는 것보다 아파트나 상가를 사두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수익성도 높다. 열정과 헌신으로 사업을 하고 고용을 창출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건만, 기업인에 대한 정부와 대중의 시선은 냉담하다. 정부는 세무조사나 각종 규제를 통해 기업을 통제하고, 일반 대중은 기업인을 부패한 정치권과 결탁하는 부도덕한 무리로 생각한다.

또 고시 열풍, 이공계 기피현상, 의과대학에 대한 절대적 선호 등은 ‘기업가 정신이 죽은 사회’의 대표적인 증거다. 인간의 욕구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가 추구되지 않고, 낮은 단계의 안정에 대한 욕구가 우선시되는 사회는 활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해가는 산업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역량에 집중해 원천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인력 수요를 반영해 교육 구조조정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며, 대학교육에서 현장지식의 교육 비중을 높여 산업형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97년까지 40% 정도이던 경력자 채용비중이 2002년에 81.8%를 넘어선 것은 대학교육의 경쟁력 약화에 원인이 있다.

▼기업가 정신 살아있는 사회로 ▼

단기적 대책 마련을 위해선 해외 선진국들의 청년실업 대책들을 참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은 98년부터 뉴딜정책을 추진했다. 18∼24세의 청년실업자 중에서 6개월 이상 구직 수당을 요구해 온 청년들을 뉴딜정책에 강제로 가입시켰다. 가입자들은 직업탐색을 비롯한 훈련 및 교육을 지도교사와 함께 했다. 이 지도교사들이 청년실업자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고 밀착 상담을 해주며,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잡을 때까지 함께한 결과 95년 25.9%였던 청년실업률을 12%까지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대륙을 넘보았던 고구려의 기상이나 세계 무역을 주도하던 장보고의 개척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새봄을 맞아 기업가 정신의 회복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자.

김현수 국민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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