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암의 버저비터]전창진감독의 위대한 용기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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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농구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TG삼보 전창진 감독(41). 이달 초 올스타전에서 처음으로 중부선발팀 사령탑을 맡는 등 그는 어느새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 전 감독이 몇 해 전 삼보 코치 시절 필자가 근무하던 대학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선수들을 훈련시켜야 하는데 공격과 수비에서 2 대 2나 3 대 3에 관한 지도방법을 잘 모르거든요. 좀 가르쳐 주세요.”

명색이 프로팀 코치인데 대학 감독을 찾아와 전술을 알려달라니…. 그는 한술 더 떠 공수패턴도 몇 가지 알려달라고 했다.

처음엔 황당했다. 그가 물었던 훈련방법들은 초등학교 코치 수준이면 누구나 아는 내용. 설사 모르더라도 동료들에게 물어보기조차 부끄러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 순간 ‘이 친구 무서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넘게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다 뒤늦게 지도자가 된 ‘초보 코치’였지만 이런 질문을 하기까지는 많이 망설였을 것이다. 그래도 용기를 냈고, 학연도 혈연도 없는 나에게 문제를 들고 온 그에게 고마움과 책임감을 느꼈다.

이 일로 나는 전 감독의 열렬한 팬이 됐다. 내가 프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경쟁관계를 떠나 선후배 감독으로 우정을 나눴고 내가 도움을 받을 때도 있었다.

감독의 지도능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갖고 있는 재목을 열심히 가르치는 스타일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자기 취향에 맞게 팀을 구성하는 데 열심인 스타일이다.

어떤 스타일이든 성적을 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배우려는 자세다. 나를 포함해 많은 지도자들이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많은 것을 잊은 채 살아오지 않았는지. 그래서 스타 출신은 명장이 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창피를 무릅쓰고 배움의 길에 서 오늘날 성공시대를 이끌고 있는 전 감독의 용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감독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스타일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용기가 아닐까.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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