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LG카드사태 ‘내탓이오’ 아쉽다

  • 입력 2004년 1월 26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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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사태가 사실상 산업은행 인수로 막을 내렸다.

두 달 가까이 LG카드에 매달려온 금융 감독 당국은 지금쯤 속이 후련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산업은행 인수이후 감독당국의 불안한 기색은 더 심해진 것 같다.

설 연휴가 끝나고 감사원의 카드사태에 대한 특별감사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당국자들은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발끈하고 있다. 법령 제·개정권을 가진 기관(재정경제부)이 카드산업이 무분별하게 팽창되도록 법과 제도를 뜯어 놓았는데 금감위와 금감원이 뒷감당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추궁당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재경부 당국자들은 “이미 작년 10월 중하순부터 LG카드 유동성 위기의 징후가 있었는데 금융 감독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기관은 이처럼 책임 소재를 서로 떠넘기고 있지만 각자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 것 같다. 이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LG카드가 정부의 주장대로 시스템 리스크라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논리에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이 반박조차 못하고 수용한데서 엿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김 행장의 주장은 LG카드가 무너지면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뜻도 있지만 ‘일개 금융회사의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까지 번진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속뜻이 더 깊다”고 말했다.

이제 실타래처럼 꼬인 카드사태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감사원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감사 결과가 쓸데없는 ‘음모론’이나 ‘희생양론’으로 번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11월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이 한 강연장에서 밝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내 탓이오’란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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