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제일기획 김찬형 수석국장

  • 입력 2003년 8월 18일 17시 21분


7월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강원도의 산골마을, 평창이 예상을 뒤엎고 ‘2010년 동계 올림픽’의 개최지를 선출하는 1차 투표에서 1등을 차지한 것. 당시 현지의 일부 언론은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은 IOC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45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이었다”고 평가했다.

평창을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시킨 제일기획 김찬형 수석국장(43·사진)은 내로라하는 이벤트 전문가.

‘2002년 월드컵 개막식’의 총사령관이었고 부산아시아경기의 제작위원을 맡는 등 국내외 굵직한 이벤트를 도맡아 했다. 최근엔 국내 최초의 ‘이벤트 수출’로 평가받는 ‘2004년 아프리칸 네이션스컵(ANC) 축구대회’ 개막식을 맡게 돼 국제적 인물로 떠올랐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월드컵 개막식 행사를 인상적으로 봤던 ANC조직위원장이 주한 튀니지대사관을 통해 연출자를 수소문해 김 국장을 찾아냈다”고 귀띔했다.

김 국장은 “지금은 기업들도 영업을 하려면 작은 이벤트라도 곁들여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처음 이벤트에 뛰어든 1980년대엔 이벤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장인에게 찾아가 직업을 소개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

김 국장이 ‘남들이 가지 않은 일’을 과감히 선택한 것은 대학시절의 경험 때문. 연세대 응원단장을 맡으면서 군중과의 교감이 갖는 매력은 물론 이벤트의 힘도 절감했다.

김 국장은 “응원이나 이벤트는 공연예술과 달리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응원단이 단장의 동작에 맞춰 하나로 움직이는 것처럼,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관중에게 받아들여질 때 온 몸의 솜털이 서는 듯한 전율을 느낀다는 것.

그러나 거의 주말마다 떠나는 가족과의 여행은 ‘계획 없이, 정처 없이’를 원칙으로 한다. 결혼 초기엔 철저한 사전계획으로 이벤트를 치르듯 여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내는 결혼 3년 만에 “제발 집에서만은 콘티에 따른 이벤트를 하지 말자”고 요구했다.

아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적은 샐러리맨에게 추천한 이벤트는 ‘포장마차에서의 야밤 회동’. 김 국장은 “아내가 신혼 초엔 소주 2잔도 잘 마시지 못했지만 지금은 소주 한 병쯤은 거뜬히 해치운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아내와 찾는 포장마차에서 집에서는 하지 않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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