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41…아메 아메 후레 후레(17)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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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고무줄놀이를 할 때처럼 오른발로 깡충 뛰고서 강둑을 뛰어올라갔다. 8월에는 늘 녹아 흐를 듯한 냄새가 난다. 낮에는 눈이 부시고 매미와 갓난아기와 아이스케이크 사라는 소리에 시끌벅적해서 잘 모르지만, 밤에는 조용하니까 금방 알 수 있다. 맞아, 이 냄새야, 이 냄새를 맡으면 나마저 녹아들 듯한 기분이 들지. 하지만 오늘은 땀 냄새가 더 심하네, 블라우스도 속바지도 다 땀범벅. 사실은 목욕탕에 가서 비누로 머리를 감고 싶지만, 괜찮아 뭐, 하카타의 군복 공장에는 더 멋진 목욕탕이 있다니까, 운하 목욕탕의 욕조보다 훨씬 더 클 거야. 내 옆에 앉아 가야 할 그 아저씨가 좀 안됐지만, 이틀간 좀 참으라 그러지 뭐. 문제는 입고 갈 옷인데, 올 설 강가에서 널뛰기할 때 입었던 빨간 대추색 치마 입고 가고 싶지만, 벽장에서 꺼내면 틀림없이 이상하게 여길 거야, 할 수 없지 뭐 그냥 보통 때 입는 옷 입고 갈 수밖에, 수상하게 여기지 않게 고무줄도 갖고서. 아이고 열세 살이나 됐는데 음식 만드는 것도 좀 배우고 바느질 연습도 해야지, 아유, 그 잔소리꾼. 하지만 둘러댈 말 정도는 생각해 두는 게 좋겠지,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 왔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을 테니까. 소녀는 뭐라고 거짓말을 할지 생각하기 위해 달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 달님이 너무 예쁘다, 영남루에 가서 달구경이나 하고 갈까, 정말 예쁜데 뭐….

영남루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 말없이 흘러만 가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남천강 굽이쳐서 영남루로 감돌고

벽공에 걸린 달은 아랑각을 비추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리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달빛 같은 노랫소리가 머리 위로 내려와, 소녀는 걸음을 멈추고 영남루를 올려다보았다. 정자 난간에 새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가 서 있다. 바람이 어둠이 잠잠해지고, 소녀는 자신의 맥박소리가 잠잘 때처럼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빨라졌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아랑? 설마! 어떤 여자가 목욕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을 쐬고 있는 거겠지, 저기 바람이 시원하니까, 혹시 동아여관 여주인 아닐까? 아편중독으로 밤만 되면 이 주변을 휘청 휘청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니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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