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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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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마음산 뒤로 모습을 감추면서 종남산과 이어져 있는 청룡산과 백호산의 둥그스름한 봉우리 봉우리를 잔영으로 물들였다. 강가 길에는 가로등이 뿌연 빛을 발하고있는데 한 소녀가 강가 바위에 앉아 소슬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상가
자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발치에 검정 고무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소녀의 두 친구는 산자락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하나 둘 빠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두르는데, 소녀에게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연이 있었다.
에이코는 오른손을 머리에 올렸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아직 뜨겁다. 태양이 머리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겁이 난다. 미야케 선생님이 이과 수업 시간에 볼록 렌즈로 태양의 빛을 모아 신문지를 태운 일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무서웠다. 누가 볼록 렌즈로 내 머리를 노린다면 어떻게 될까? 무섭다. 에이코는 집게손가락으로 모래를 찔러 물에 흩뜨리면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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