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생활속의 첨단기술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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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기술이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다. 식품, 생활용품, 의류, 농산물 등 무심코 지나치는 상품 속에 상식을 뛰어넘는 최신 기술이 쓰이고 있는 것. 기업들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첨단기술을 상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용품 봇물=나노기술의 적용 사례는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은(銀) 입자 코팅기술. 항균, 살균 기능이 뛰어난 은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입자화해 제품 표면에 코팅하거나 재료에 섞어 세균이나 곰팡이의 서식을 막는다.

올해 초부터 냉장고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가전제품에 나노기술을 적용한 ‘나노 가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나오고 있는 평면TV나 모니터, 노트북 등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 수준의 전자파 차단용 ‘금막(金幕)’이 씌워져 있다.

축구화의 발달사
1930년 가죽 재질의 징(밑창의 돌기 부분·가장 왼쪽)이 부착된 초창기 축구화. 1950년 고무 재질의 징이 부착된 축구화(왼쪽에서 4번째). 1954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징이 부착된 축구화(왼쪽에서 6번째). 1962년 옆면에 끈 고정장치가 붙어 있는 축구화(왼쪽에서 9번째). 1994년 축구공의 회전력을 높여주는 고무돌기가 부착된 축구화(왼쪽에서 13번째). 2001년 3차원 스캐너로 발을 본떠 혈관 방향까지 고려해 만든 축구화(오른쪽 첫번째). 사진제공=아디다스

유아용품 업체들은 나노기술을 응용해 기능성 젖병, 장난감, 마스크, 기저귀, 양말 등을 내놨다.

화장품은 나노기술이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 화장품의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색조 및 기초화장품, 자외선 차단제, 기능성 헤어샴푸 등에 쓰이고 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 오성근 교수는 “나노기술은 생명공학, 반도체, 차세대 에너지 분야는 물론 생활용품 분야까지 폭넓게 연구되고 있다”며 “늦어도 10년 내에 나노기술이 활짝 꽃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첨단기술의 하나인 ‘나노기술’이 일상생활속에 파고들고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서부터 화장품, 젖병, 장난감에까지 나노기술이 응용된다.


▽농산물도 첨단시대=한국 딸기가 깐깐한 일본 시장을 뚫을 수 있었던 데는 딸기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예랭(豫冷) 기술’의 공이 크다. 과일을 수확한 뒤 2시간 만에 섭씨 2∼3도까지 급속 냉각해 과일 보존기간을 일반 농산물보다 2배 이상 늘린 것. 값도 일반 농산물에 비해 30% 정도 더 받을 수 있다.

백화점에 진열된 참외의 당도는 대부분 일정하다. 참외에 빛을 쏘아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정도에 따라 당도를 분석하는 ‘비(非)파괴 당도(糖度)검사’를 거치기 때문.

김치, 인삼 등 농산물 가공식품에는 발효공학 기술이 적용된다. 두산식품BG는 발효과정에서 나는 김치 특유의 냄새를 억제하는 유산균을 배양해 해외 수출용 ‘냄새 없는 김치’를 개발했다.


▽첨단 소재가 경쟁력=사양(斜陽)산업으로 여겨지는 섬유산업은 첨단기술을 응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섬유의 강도 등을 유지하면서 항균, 자외선 차단제 등 기능성 소재를 넣은 복합 기능성 섬유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 이 섬유는 일반 섬유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다.

세계 복합기능성 섬유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4억7000만달러 규모. 한국 섬유업체의 복합기능성 수출액은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82% 성장하고 있다.

코오롱은 적외선을 막아주는 섬유(1998년), 박하향이 나는 섬유(1999년), 비타민이 포함된 섬유(2000년)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복으로 사용되는 항온(恒溫) 기능성 소재를 덧붙인 정장까지 만들어냈다.

▽살아남으려면 연구하라=약품에 가까운 식품, 피부처럼 숨을 쉬는 의류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기능성 상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기술은 시장 구도를 한꺼번에 바꿔놓기 때문.

값싼 상품의 대명사인 껌의 국내 시장 규모는 설탕 대체물질 ‘자일리톨’이 등장하면서 2배 정도 커져 지난해 3400억원에 이르렀다. 자일리톨껌은 전체 껌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

동양제과 백운하 부장은 “차별화된 기능성 상품 경쟁이 식품, 제과 분야의 기술 경쟁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와 전문 벤처기업, 연구기관 등의 공동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

LG생활건강은 화장품 흡수율을 높이는 ‘태트(TAT)’ 기술 개발을 위해 광주과학기술원과 손을 잡았다. 두산식품BG는 한국, 일본 등의 발효공학 전문 벤처기업과 함께 김치 유산균의 분리 및 배양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두산식품연구소 이진혁 과장은 “전문 기관과 공동으로 연구한 덕분에 위궤양을 억제하는 유산균, 김장김치 맛을 유지하는 유산균 등과 같은 신(新)물질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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