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양 운동가 협박하는 사회

동아일보 입력 2003-05-07 18:27수정 2009-10-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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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어린이들의 입양사업을 하는 사회운동가가 살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에게 사회가 보상은 못해줄망정 협박이나 한대서야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보육원이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한국에서는 버려진 아이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보육시설이고 해외입양 또한 많아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양부모협회 박영숙 회장처럼 버려진 어린이와 입양 가정을 연결시켜 주는 사회운동은 장려되어야 한다.

아동이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을 때는 첫 번째 대안으로 입양을 제안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비춰 보더라도 박 회장이 벌이는 사업은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박 회장 같은 사회 운동가들이 협박을 받아 신변에 불안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면 병이 깊게 든 사회다.

박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우정원이 자비와 후원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근거 없는 고발이 당국에 수시로 접수됐다고 말해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초산테러 위협까지 당했다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거듭된 협박의 정황으로 보아 아동보육 예산을 지원받는 곳과 관련된 범행이라고 박 회장과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버려진 어린이들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범행의 동기라면 그것은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보육시설 정책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경찰이 박 회장의 신변보호 요청에 ‘고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경찰은 당장 수사를 시작해 입양 운동가를 협박한 범인과 그 배후를 밝혀야 한다. 추잡한 이해관계에 눈이 멀어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을 해코지하는 세력을 뿌리뽑아야 우리 사회에 어두운 곳이 줄어들고 희망이 생긴다. 건전한 사회운동가들은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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