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경제정책 리더들]<2>경제장관<下>

  • 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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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세청장과 함께 금융기관과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팀의 요직이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양대 축이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이라면 이정재(李晶載) 금감위원장과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야전사령관’인 셈이다. ‘이정재-강철규’ 구도는 공교롭게도 ‘김진표-이정우’ 구도와 마찬가지로 옛 재무부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와 교수 출신이다. 김 경제부총리 및 이 정책실장보다 각각 경력 및 연령상 ‘선배’라는 것도 공통적이다. 또 농정책임자인 김영진(金泳鎭) 농림부 장관은 현 정부 경제팀의 유일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호군(朴虎君) 과학기술부 장관은 각각 동아대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을 지낸 비(非)관료 출신이다. 장관급인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과 한준호(韓埈皓)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현직을 맡아왔다.》

▼이정재 금감위원장 ▼

금융 분야에 정통한 대표적 경제관료 가운데 1명으로 꼽힌다.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등 굵직한 금융사건을 많이 다뤄 SK글로벌 분식회계 파장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담백한 성격에 말수도 적은 ‘선비형’. 하지만 복잡한 현안에 대한 판단력과 분석력이 뛰어나며 소신과 배짱도 있다. 재경부 차관 시절 남북경제협력위원회 남측 대표단 단장으로 북측과 접촉하면서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노(No)”라고 버티며 양보하지 않았다.

대학졸업 후 한국은행에 근무하면서 행정고시(8회)에 합격했지만 계속 한은에 남아 일하다가 재무부 과장으로 특채돼 경제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임명 직전 관료출신의 금감위원장 선임을 적극 반대해온 금융감독원 노조에서 실시한 새 위원장 선임관련 인기투표에서 1위로 뽑혔다.

이경재(李景載) 전 기업은행장과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이 친형으로 삼형제 모두 깨끗한 처신과 실력으로 신망이 높다. 90년대 초반에는 이경재씨가 은행감독원 부원장보, 이명재씨가 서울지검 특수1부장, 이정재씨가 재무부 이재국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심리학계에서 학문적 명성을 떨친 이춘재(李春載) 교수도 친누나이다. 경북고 야구투수로 이름을 날린 이병재(李昞載) 우리은행 기관영업사업단장은 5형제 가운데 4남.

자리에 대한 욕심을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대외활동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평도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

경실련 등 시민운동과 언론기고 등을 통해 ‘재벌개혁’을 강도 높게 주장해온 ‘진보성향’ 교수 출신.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장과 부패방지위원장을 맡아 행정감각도 만만찮다.

위원장 취임 후 재계보다 시민단체와 먼저 공식적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개혁의 속도조절’을 내비치는 현실감각도 보여주었다. 최근 기자들에게 “나는 개혁론자라기보다 온건론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은 ‘현실’보다는 ‘원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평.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대기업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연기 방침을 밝히자 “조사 시기와 규모는 조절할 수 있지만 2·4분기 중에는 꼭 조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패방지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8월 전현직 장관급 등 3명을 비리 혐의로 고발했다가 검찰의 불기소 결정 및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으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또 과거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 때 언론에 이를 찬성하는 내용의 기고를 해 일각에서 “평소 지론과 다소 다르다”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분배경제학’을 강조하는 이른바 ‘학현(學峴·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호) 사단’의 주요 멤버. 개인적으로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과 친하다.

▼김영진 농림부장관 ▼

농민운동을 거쳐 정계에 투신한 4선 의원 출신. 13대부터 16대 국회까지 15년 동안 농림해양수산위원으로만 활동한 농업전문가다. “꼭 한번은 농림부 장관으로 농정(農政)을 책임지고 싶다”는 꿈을 이번에 이뤘다.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며 제네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본부 앞에서 ‘삭발투쟁’을 벌였다. 다소 돌출적이라는 평가도 듣지만 농업에 대한 열정은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취임 직후 농업기반공사에서 농민단체 대표들과 오전 4시까지 토론을 벌인 뒤 이튿날 아침 목욕탕과 식당에서까지 토론을 이어갔다.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과 장관은 ‘본령(本領)’이 다르다”며 현실을 감안한 농정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알맹이’를 중시한다. 취임 후 해양부 간부들에게 “업무보고 때 겉만 번지르르한 보고서를 갖고 오면 혼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지키지 못할 ‘립서비스’를 싫어하고 논리를 갖춘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취임 직후 전남 여수를 방문했을 때 여수시장이 ‘해양박물관 건립’을 요청하자 “예산 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부터 제시해 달라”고 대답했다.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뒤 중고등학교는 광주에서 졸업했고 대학은 다시 부산에서 다녔다. 이 때문에 영호남을 아우르는 인맥을 갖고 있다.

재정 및 회계학 전공으로 해양수산 분야에는 경험이 없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40평형짜리 월세 아파트를 해양부 예산으로 마련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 ▼

KIST 원장 시절 연구개발(R&D) 분야에 ‘6시그마’를 도입하는 등 경영혁신에 힘썼다.

30년 이상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연구 분야에 종사했다. 81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3편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유기화학 및 정밀화학 분야의 전문가다. ‘이공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타개책을 내놓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

현 정부 조각(組閣) 발표 때 유임이나 경질에 관한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가 뒤늦게 ‘재신임’을 받아 유임됐다. 이 때문에 ‘쌌던 짐을 다시 풀어놓았다’는 말도 나온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취 욕구’가 강하고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지난해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바지에 나온 마찰음이 보여주듯 부처간 조율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듣는다.

▼한준호 중기특위 위원장 ▼

업무능력과 친화력을 모두 갖췄다. 옛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동력자원부와 통상산업부에서 자원 및 에너지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동자부가 없어지지 않았다면 분명히 장관을 지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1999년 중소기업청장을 맡으면서부터 중소기업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창업 마인드’를 가르치는 ‘비즈쿨’ 과정을 만들었다. 황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 현직에 임명됐다. 특별취재팀

이 시리즈는 매주 화·목요일자 ‘동아경제’ 3면에 연재됩니다.

▼통계로 본 경제부처장관 13명의 평균 ▼

현 정부 주요 경제부처 장관(장관급 포함) 13명의 평균적인 모습은 서울대 출신의 56세 인사다. 또 경제관료 출신이 절반을 조금 넘는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영진(金泳鎭) 농림부 장관,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 박호군(朴虎君) 과학기술부 장관이 56세다. 51세인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이 가장 나이가 적고 62세인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이 가장 많다. 나머지 장관은 김 경제부총리와 한두 살 터울이다.

출신대학은 서울대가 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이 가운데 5명은 서울대 상대 동문이다. 또 고려대(윤진식) 동아대(허성관) 전북대(황두연)가 각각 한 명씩이다. 김영진 장관은 강진농고를 나와 나중에 전남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지난달 초 한 경영관련 월간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대표이사 142명의 평균 연령은 57세였다. 또 출신대학은 서울대가 62명으로 가장 많았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경제장관과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령이나 출신대학에서 비슷한 셈이다.

경제장관 가운데 행정고시를 거친 경제관료는 7명. 황두연 본부장이 행시 7회로 가장 빠르고 김진표 부총리와 박봉흠 장관이 행시 13회로 가장 ‘후배’다.

공무원 출신 장관 가운데는 공보관을 거친 사람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 부총리, 윤진식(尹鎭植) 산업자원부 장관,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 한준호(韓埈皓) 중소기업특위위원장이 모두 국장시절 공보관을 지냈다.

교수출신이 비교적 많은 점도 특징.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는 특히 임기 중반 이후 경제팀에 교수출신은 거의 없었다.

경북대 교수였던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과 동아대 교수 출신인 허성관 해양부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 현 정부 출범 후 바로 행정부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립대 교수였던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DJ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장과 부패방지위원장을 맡아 정부 일에 관여해오다 이번에 내각 경제팀에 합류했다.

이들은 학계에 있을 때는 상당히 ‘강성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뒤에는 예상보다 합리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장관이 4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경제팀에는 한 명도 없다. 경제부처의 업무특성이 상당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데다 지금까지 경제관료 사회에 여성의 진출이 드물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2003 경제정책 리더들 취재팀 ▼

▽팀장〓권순활 경제부 차장

▽팀원=김광현 김동원 구자룡 천광암 공종식 황재성 송진흡

이은우 고기정 기자(이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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