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살아보니]플로리안슈프너/‘타인 배려’가 국가 경쟁력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39분


내가 한국에서 산 지도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한국 속담대로 ‘세상이 두 번 바뀌는’ 적지않은 기간에 한국인들과 한식구처럼 생활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 왔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발적인 공원청소에 감명▼

나는 누구보다도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고 있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점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옳은 일은 격려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독자들이 잘 이해해 주리라고 믿는다.

몇 년 전에 내가 서울의 한 산을 오르고 있는데 산 정상 부근에서 중년의 한국 남성이 커다란 비닐 봉지에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알루미늄 캔, 병, 비닐 등 각종 오물을 비닐 봉지에 담고 있는 그에게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 직원이냐고 물었더니 단순히 주말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그냥 이런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황급히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나는 그때 큰 감명을 받았으며 이런 분들이 있는 한 한국과 한국인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확신하게 됐다.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이 비록 하찮은 일일지라도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시내를 만들고 다시 시내가 모여 강이 되듯이 이런 일은 결국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사소한 일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한다면 그 행동의 나쁜 영향은 전체로 파급돼 상호 불신 등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식당, 지하철, 기차등 공공 장소에서 아이들이 큰소리로 떠들고 고함을 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쳐도 부모님들은 외국에서와는 다르게 대개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그 부모님들에게 왜 아이들을 떠들게 내버려두느냐고 물어 보면, 아이들의 기를 꺾을까 봐 그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말리고 설득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남을 존중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통제되지 않은 그 어린이의 행동 양식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더욱 고착화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자가 되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자동차 운전을 들 수 있다. 나는 보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운전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갑자기 끼어들기, 신호등 무시하고 달리기,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와서 직진하기 등 많은 부분이 더욱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보행자 횡단보도 앞의 차량 정지선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1년 전 홍콩 중심가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23층에 있는 객실 창문을 통해 호텔 앞 대로의 상황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약 5분 동안 홍콩의 차량들이 과연 횡단보도 앞 차량정지선을 준수하는지 지켜본 결과, 놀랍게도 5분 동안 단 한 대의 차량도 정지선을 무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최근 한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신장해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대중교통이나 공공 장소에서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것은 아주 무례한 행동이다.

▼횡단보도 정지선 잘 안지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모든 시민 행동의 근본이 되는 규범이며 진정한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2001년 새해에는 대한민국이 더욱 번영하고 통일에 한 걸음 다가서는 행운의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약력:플로리안 슈프너 소장은 1944년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대와 베를린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72년부터 74년까지 베를린에서 변호사 및 시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뒤 독일연방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 78년부터 80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독일상공회의소장을 지냈으며 81년부터 한독상공회의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96년부터는 독일 아시아 태평양 경제위원회 간사도 겸하고 있다.

플로리안 슈프너(한독상공회의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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