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4시]출근시간 10분절약 비법이 있네

  • 입력 2001년 1월 2일 19시 11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사는 황순근씨(가명·37)는 지난해 12월 중구 장충동 인근의 정보통신업체로 직장을 옮긴 뒤 “5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통근수단을 과감하게 자가용에서 지하철로 바꿨다.

집에서 걸어서 6, 7분 거리인 2호선 당산역→2, 3호선 환승역인 을지로3가역→3호선 동대입구역→다시 4분 걸어서 회사에 이르는 코스. 대기시간을 포함해 지하철 이용시간은 30분 정도로 잡았다.

첫 출근일. 당산역에서 뒤칸에 탔던 황씨는 을지로3가 직전인 을지로입구역에서 낯선 풍경을 경험했다. 승객의 상당수가 갑자기 차량을 잇는 문을 열고 제일 앞칸으로 전진을 계속했던 것.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황씨는 을지로3가역에 내린 뒤 무릎을 쳤다. 3호선 환승통로가 맨 앞칸의 바로 옆에 있었던 것. “하차한 뒤 사람들을 밀치고 환승통로까지 가자면 족히 3, 4분은 걸리더라고요.”

황씨는 그날 이후 되도록 승차 때부터 맨 앞 칸에 타거나 을지로3가역에 도착하기 전에 ‘선배 승객’들과 함께 앞칸의 문을 열심히 열어제치고 있다. 그 덕에 출근시간은 40분이 넘지 않는다.

‘지하철 마니아’들은 이렇게 자주 타는 구간의 구조와 환승역의 특징 등을 알면 지하철을 더욱 빠르게 탈 수 있다며 ‘적극적인 지하철 타기’를 권한다.

지난해 12월27일 오전 8시경,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역∼신촌역 구간. 이대입구역을 출발하기 무섭게 승객 10여명이 한쪽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앞뒤 칸에서도 문을 열고 몇몇이 합류했다. 신촌역에 멈춰선 뒤 밖을 살피니 그 문은 곧장 출구계단과 연결되어 있었다. 두서너 칸 옆의 승객들은 하차 뒤 인파를 헤치고 계단까지 오는 데에만 2분 넘게 걸렸지만 일찌감치 ‘줄’을 선 승객들은 이미 쾌적하게 계단을 빠져나간 뒤였다.

인터넷 ‘다음’의 지하철동호회 ‘지하철에 목숨 건 사람들’을 운영하는 이정석씨(20)는 “눈썰미만 있으면 지하철 이용 때 6, 7분은 쉽게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가장 일반적인 10량짜리 전동차의 경우 2, 4, 7, 9번째 칸이 출구계단과 바로 연결돼 있다는 것. 러시아워에는 다른 칸에 있다가 하차 전 해당 칸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환승역 별로 환승출구가 다른 것도 주의사항. 하루 평균 3만3000여명이 이용하는 교대역(2, 3호선 환승역)의 경우 2호선 환승출구가 노선 방향에 따라 좌우로 100여m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해 어느 칸에 탈지 미리 생각해두면 여기서도 2, 3분 절약.

러시아워에도 분 단위로 승객수가 다르다는 점 역시 ‘빠른 이동’을 위해 점검해볼 만하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워는 대개 오전 8시 직후가 정점인데 그 시간 전후의 5분만 하더라도 이용객이 5% 이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시간이 돈인 세상, 현명한 사람은 지하철에서 ‘시간’도 줍는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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