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해피매니아>,사랑에 죽고사는 여자 백수의 행복만들기

  • 입력 2000년 12월 6일 13시 44분


안노 모요코의 러브 코미디 만화 <해피 매니아> 7권(시공사 펴냄)이 출간됐다. 인생 최대의 목표가 '멋진남자 친구 만들기'인 시게타 가요코의 좌충우돌을 그려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

한 조그만 서점의 점원이였던 시게타는 변변한 직장 하나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이젠 아예 '백수'로 자리잡았다. 아무 남자한테나 쉽사리 잘 빠지고, 그러면서 후회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를 찾아 헤매는 이 25세의 철딱서니 없는 일본 여자애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주인공이면서도 주인공 같지 않은 시게타 가요코에게는 '평범함' 그 이상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게타 가요코는 자신이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사랑을 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에 자신감이 없다. 불안한 미래를 절망하고 또 절망할뿐이다. 지금까지 시게타가 만나왔던 바람둥이 남자들은 항상 그녀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왔다. 그래도 정신을 못차렸는지 돌부처를 찾아가 온 힘을 다해 빌기까지 한다. "제발, 소원이건대 운명적으로 만나서 불타오를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한번만 하게 해주세요! 러브(love)없는 생활에는 진저리가 나요"라고.

그렇지만 "저여자, 정말 불쌍하군"이란 연민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언제 그랬냐는듯 자신의 '언해피'한 생활을 아주 빨리 잊어버리니까. 역설적이게도 '해피 매니아'라는 제목은 행복을 미친듯이 찾아헤매지만 실상은 행복하지 못한 주인공들을 뜻한다.

일본의 20대 중반 여피족들이 많이 등장하는 <해피 매니아>는 등장인물들의 일탈된 모습도 보여준다. 겉으론 사랑 중독자들처럼 보이는 시게타의 주변 인물들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개성파들이다. 시게타와 가장 가까운 친구 '후쿠'는 대표적 인물이다. 끝없는 남성편력에 식상해질 무렵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 결혼식까지 올린 후쿠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바라던 상대를 찾았지만 왠지 모든 게 싫어져버렸어. 찾고 있을 때가 즐겁고, 보다 더 충실했었던 것 같애"라고.

너무 커서 퀭해보이기까지한 눈, 화장을 지우면 눈썹이 없는 얼굴, 한 줄기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코. 이처럼 등장인물 외모의 특징을 간결하지만 사실적으로 포착해낸 그림체도 돋보인다. 덕분에 <해피 매니아>의 여자주인공들은 예쁘지 않아서 더 실감이 난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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