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아이 나는 부모]고졸검정고시 최연소합격 오승현양

입력 1999-09-20 18:43수정 2009-09-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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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는 소녀였다. 순정만화, 인형, 최신 유행곡을 좋아하는…. 그러나 방문을 열자 책상에는 대입 수능 문제집이 가득했다.

지난달 고졸 검정고시에 전국 최연소 합격한 오승현(12·경기 안산시 본오동). 성적은 상위 10%내. 남들은 1년도 앞당기기 힘든 교육 과정을 무려 5년이나 뛰어넘은 셈.

영재교육이나 개인과외를 받은 적도 없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자퇴한 뒤 2년전 대입학원 종합반을 들어가기 전까지 ‘홈스쿨링’(가정교육)으로 독학을 했다.

★과감한 선택

94년 안산시 상록초등학교 2학년 시절 승현이가 자퇴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미 다 아는 것을 시간표에 맞춰 다시 배우는 학교 공부보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하고 싶어요.”

아버지 오동혁씨(45)는 망설였다. 마땅한 홈스쿨링 교재도 없고 자칫 잘못하다가 친구 하나 제대로 못사귀는 애로 자랄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그러나 결국 허락했다.

“현재의 학교 교육으론 딸의 남다른 능력을 키워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적자생존’의 비뚤어진 경쟁의식만 배우는 교육풍토도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홈스쿨링으로 3년간 독학▼

★온가족이 선생님

승현이가 남다른 능력을 보인 것은 생후 6개월부터. ‘엄마’ ‘아빠’란 단어를 정확히 말하는 등 또래에 비해 말을 빨리 시작했다. 돌이 되기 전에 3,4세 수준의 어휘를 구사했다.

“특별한 태교는 없었어요. 모유를 먹이고 클래식 팝송 등 음악을 들으면서 ‘좋은 생각’만 했죠. 승현이가 태어난 다음에는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구요.”(어머니 박향림씨·39)

승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오씨는 사기를 당했다. 큰 돈을 날리고 빚까지 떠앉은 오씨는 일할 의욕을 잃고 집에 들어 앉았다.

‘전화위복’. 소일거리를 찾던 오씨는 2년동안 딸의 훌륭한 수학 선생님이 됐다. 전학년 교과서와 문제집을 사다가 거의 매일 두 세시간씩 가르쳤다. 할머니는 바쁜 엄마대신 승현이를 돌보면서 놀이삼아 한문 한글 일어를 가르쳤고 팝송 마니아인 삼촌은 팝송 테이프로 영어를 가르쳐줬다.

“공부는 내가 좋아서 하니까 힘들지 않은데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이 아쉬워요.”(승현이)

▼세계적 우주과학자가 꿈▼

★맑게 맑게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오씨가 딸에게 10년전부터 꼭 해주는 일이 두 가지있다. 우선‘공중 물구나무 세우기’. 머리가 땅으로 향하게 양손으로 발을 잡아 10분 정도 든다.

또하나는 ‘발 맛사지’. 20분 정도 발가락 끝에서 무릎까지 올라가면서 주물러준다. 혈액순환을 원할하게 해 머리를 맑게 해주고 근육을 이완시켜 피로를 씻겨주기 위해서다.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뒤 미국 우주과학국(NASA)에서 근무하는 우주과학자가 되는 것이 승현이의 꿈. 승현이가 더 많은 별, 더 넓은 우주를 볼 수 있도록 가족들은 힘껏 도와주고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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