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고전]「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입력 1999년 6월 5일 08시 01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스테판 외에 각색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80쪽 15,000원 ■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소설. 주인공이자 화자인 마르셀이 흘러가버린 자신의 과거를 되찾기 위해 시간 속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문장이 난해한데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끝없이 중첩되고 혼재돼 있어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전문연구가도 제대로 읽기 힘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려 시도했다가 중도에 그만둔 ‘우울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대작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프랑스에서 이 소설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난해한 소설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 작업의 주인공은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영상전문가 스테판 외에. 그는 작품 전체를 열 네번이나 정독하면서 구어체 감각의 문장들을 골라내고 사진 자료를 수집하는 등 2년 동안 준비작업을 했다. 만화가는 7권으로 된 원작을 12권의 만화에 담을 예정. 1년에 한 권씩 12년에 걸쳐 모두 12권을 펴낼 계획이다. 열화당은 앞으로 프랑스와 거의 동시에 번역본을 계속 출간한다.

이 중 첫 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소설 전체의 도입부. 서두에 그 유명한 ‘마들렌느 과자’의 일화가 소개된다. 어느 추운 겨울날, 외출에서 돌아온 마르셀은 어머니가 내놓은 뜨거운 홍차를 마들렌느 과자에 적셔 마신다. 그 순간 그는 까닭없이 커다란 희열감에 휩싸이며 이 과자가 오래 전 자기가 콩브레에서 맛보았던 바로 그 맛임을 기억해낸다. 그러자 과거의 모든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재의 시간 속으로 홍수처럼 밀려드는 기적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마르셀은과거가자기안에 생생히 살아있음을느끼고바야흐로시간을 거슬러 오르는기나긴여행을떠나는데….

만화책이지만 지문이빼곡이들어차 있어축약본 같은 느낌이 든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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