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사망자 1000명 돌파… Z맵 투약 스페인 신부도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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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밖에서 첫 희생자 발생… WHO ‘미완성 치료제’ 사용 허가
美, 서아프리카에 Z맵 공급 결정

아프리카 밖에서 첫 에볼라 사망자가 발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중 사망자가 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회의를 열고 임상이 끝나지 않은 치료제 사용을 허가했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12일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본국으로 돌아와 치료받던 미겔 파하레스 신부(75)가 이날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파하레스 신부는 아프리카 밖 첫 사망자이면서 첫 유럽인 희생자다. 지금까지 에볼라 사망자는 1013명으로 모두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파하레스 신부는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성 요셉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자 치료를 돕다 감염됐다. 그는 치료를 위해 7일 스페인 마드리드로 귀국해 카를로스 3세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9일 밤에는 미국에서 공수된 시험단계 에볼라 치료제인 Z맵(Zmapp)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WHO에 따르면 9일까지 에볼라 감염자는 184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자는 1013명이다. 시에라리온에서는 현지 환자들을 치료하던 중국 의료진 8명도 2주째 격리 수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볼라 발병 국가와 인접한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 국가에서 오는 모든 승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인근 국가인 감비아도 11일 자국 항공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국가로 운항하는 것을 금지했다.

터키는 12일 수도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나이지리아 승객 1명을 격리했다. 이 여성은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터키항공을 이용해 이날 이스탄불에 도착한 이후 고열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이날 긴급 의료 윤리위원회의 논의를 거친 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에볼라 치료제에 대해 “일정 조건이 맞는다면 아직 치료나 예방에서 효과나 부작용 등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험단계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의료 윤리에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의료 윤리위원회는 또 “환자의 사전 동의, 선택의 자유, 익명성, 환자에 대한 존중, 인간 존엄성의 유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HO의 결정과는 별도로 미국은 Z맵을 나이지리아와 라이베리아에 보내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정부는 11일 “Z맵을 보내 달라는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의 요청을 미국 정부와 규제기관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급되는 Z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라이베리아인 의사들에게 투여될 계획이다. 그동안 Z맵이 다수의 아프리카 감염자들을 제외하고 미국인 의사와 선교사 등 2명, 스페인 신부 1명 등 3명에게만 투여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기용 kky@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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