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방한일정 마무리]與 불임 탈출? 野 선수 교체?

  • 동아일보

일각 “반기문 안오면 큰일” 조기경선 주장… ‘충청+TK’ 맞설 안희정-김부겸에 눈길
‘반기문 효과’ 요동치는 대선정국

반기문(KM) 유엔 사무총장이 6일간의 방한으로 2017년 대선 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른바 ‘KM 나비효과’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야권이다. 반 총장이 여권 주자로 인식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여권은 대선주자 기근 현상을 단박에 날렸다. 반면 야권은 ‘풍요 속 빈곤’이다. 대선주자는 넘쳐나는데 반 총장을 제칠 수 있느냐란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야권이 일제히 ‘반기문 때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노무현 정부) 내각에서 같이 일을 했는데, 이분(반 총장)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국민은 더이상 신기루를 좇지 않는다”며 반기문 대망론을 ‘반짝 효과’로 규정했다.

야권이 공동 전선을 편 듯하지만 ‘누가 더 손해를 볼 것이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실제 (대선에) 나오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제일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당이 싫어 안 대표에게 간 (지지층의) 일부가 반 총장에게 간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 총장의 부상은 내년 대선을 ‘새 인물’ 경쟁 구도로 바꿀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정치권에선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TK(대구경북) 연합론’이 현실화되면 더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대구에 더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김부겸 의원이 야권의 ‘대안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의 등판으로 ‘충청+TK 연합’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세대교체 바람은 여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조기등판론’이다. 차차기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의 행보를 재촉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반 총장의 대선행이 새누리당에 ‘축복’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권에선 반 총장이 계파 갈등에 찌든 새누리당 대신 ‘제3 지대’에서 보수 및 중도 세력을 모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가 방한 중 ‘국민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의미심장하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반 총장에게 ‘몰빵(다걸기)’ 하다가 새누리당으로 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불임 정당’이 된다”며 조기 대선 경선을 주장했다.

‘킹 메이커’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JP의 측근 인사는 “JP는 반 총장과 청와대 사이에 (대선과 관련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28일 회동에서도 이에 대한 대화가 오갔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반기문#새누리당#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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