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만 살랄라 술탄 까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지켜본 당신은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상황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긴급수혈된 동포들의 피를 받으며 포도당 수액과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가쁜 호흡을 고르고 있었죠.
현지 병원과 한국 정부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봤지만, 한국 의료진이 26일 도착하자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위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상으로 염증이 급속히 번지고 곳곳에 골절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렇게 버틴 것이 놀라웠습니다.
작전 당시 보여준 용기와 지혜가 알려지면서 당신은 한국에서 영웅이 됐습니다. 이곳 오만에서도 ‘코리안 캡틴’을 얘기하더군요. 택시운전사인 무함마드 씨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무서운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느냐”며 취재진에게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장님을 위해 주치의까지 보냈다고 하더군요.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용태를 축소해 알렸다며 아덴 만 여명작전에 대해 국정조사까지 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오만의 병상에서 지켜본 선장님은 영웅 만들기도, 정치 공세도 한가해 보일 만큼 사신(死神)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해적들이 난사한 AK 소총에 내장 곳곳에서 고름이 나오면서도 살아서 가족과 동료들의 품으로 가겠다는 한 사내의 본능적인 사투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삼호주얼리호를 지켜냈듯 잇단 수술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에 보는 이들은 숙연해졌습니다.
술탄 까부스병원 측이 당신을 보기 위해 중환자실에 들어간 본보 취재팀을 경찰에 신고해 몇 시간 억류케 했을 때도 우리의 관심사는 하나였습니다. 삼호주얼리호의 입항을 취재하러 무스카트로 갔다가 다시 1000km를 날아서 살랄라로 달려간 것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병원 앞 아스팔트에서 딱딱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 것도 선장님이 한시라도 빨리 깨어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선장님은 세 번째 수술을 마치고 의식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여정에 있을 것입니다. 아덴 만 여명작전에서 보여줬던 용기와 기개로 다시 떨쳐 일어나 주길 기대합니다. 당신의 몸속에는 선장님의 쾌유를 바라는 동포들의 뜨거운 피가 함께 돌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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