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그라다파밀리아 축원 미사…“예수 믿으면서 죄없는 자 죽일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1일 09시 12분


가우디 타계 100주기 맞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찾아
이란 폭격 재개 트럼프 우회 비판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대성당에서 열린 가우디 서거 100주기 겸 ‘예수그리스도의 탑’ 완공 축복 미사를 집전한 뒤 관계자들과 퇴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유근형 특파원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대성당에서 열린 가우디 서거 100주기 겸 ‘예수그리스도의 탑’ 완공 축복 미사를 집전한 뒤 관계자들과 퇴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유근형 특파원
“예수를 믿으면서 죄 없는 자를 죽일 수 없다. 고통받는 사람, 눈물 흘리는 사람, 비참함에 도망치는 사람들도 외면할 수 없다.”

레오 14세 교황이 ‘신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 타계 100주기인 10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에서 축원 미사를 집전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최근 전쟁과 폭력, 양극화, 이주민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 이날 발언도 이란 폭격을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사는 가우디 타계 100주기를 추모하고, 1882년 착공해 144년 만에 주탑이 완공되며 사실상 외관 공사가 마무리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축원하기 위해 열렸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에서 온 수만 명의 신자와 관광객들로 성당 주변에이 붐볐고, 성당 안과 바깥에 마련된 8000석 미사 시작 2시간 전 이미 가득 찼다.

6일부터 스페인을 방문하며 가는 곳마다 수많은 인파를 몰고 다닌 교황은 이날도 거리 시민의 환호를 받으며 성당에 도착했다. 그는 성당에 도착한직후 지하에 자리한 가우디 무덤을 찾아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대성당에서 열린 가우디 서거 100주기 겸 ‘예수그리스도의 탑’ 완공 축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유근형 특파원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대성당에서 열린 가우디 서거 100주기 겸 ‘예수그리스도의 탑’ 완공 축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유근형 특파원
교황은 이후 미사를 집전하며 가우디를 “뜨거운 신앙을 가졌던 건축가”로 소개했다. 또 “(가우디는) 주님의 생애에 관한 신비를 서술하는 상징들로 이 건물을 설계했다”며 “(주탑) 꼭대기에 자리한 십자가가 가장 소외된 이들의 십자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 라틴어가 섞인 강론을 진행하면서 전쟁과 폭력, 무관심에 반대하는 평화와 관용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성모 마리아께 우리가 상처가 되는 말, 성급한 판단, 가십, 비방을 삼가도록 가르침을 청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가정에서, 친구끼리, 일터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정치 토론에서,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증오가 희망과 평화로 바뀌도록 사랑을 배울 수 있게 하소서”라고 빌었다.

이날 추모 미사와 축복 행사는 약 3시간 가량 진행됐다. 교황이 성당 안팎에서 지나갈 때마다 참석자들은 “비바 파파(Viva Papa·교황 만세)”를 외쳤다. 교황은 경호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영유아들의 이마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미사 뒤 성당 밖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조명쇼도 큰 화제였다. 교황이 성당 밖으로 나가 성수를 뿌리며 탑을 축복한 뒤 불이 꺼지자 수천명의 참석자들에게 미리 지급된 야광봉이 일제히 빛나기 시작했다. 또 하늘로 떠오른 드론들이 가우디 얼굴을 형상화하자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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