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바퀴벌레인민당(Cockroach Janta Party, CJP)’이라는 독특한 가상 정당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득권이 자신들을 ‘바퀴벌레’라 비유한 것에 반발해 이를 마스코트 삼아 정당을 만든 것이다. 최근 인디아투데이, BBC 등 외신은 인도의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 “바퀴벌레 같은…” 대법원장 발언에 분노한 청년들
CJP 등장 배경에는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이라는 인도 대법원장 수리야 칸트의 발언이 있었다.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취업도 못 하고 직종 내 발붙일 곳도 없는 바퀴벌레같은 청년들이 있다”며 이들이 언론·SNS·시민운동계로 유입돼 “모두를 공격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후 해당 발언이 청년 전체가 아닌 가짜 학위로 법조계나 미디어에 진입한 이들을 지칭한 것이라 해명했으나 분노를 가라앉히긴 어려웠다.
CJP는 법적 지위를 갖춘 정식 정당이 아니라 정치 풍자 목적의 온라인 운동이다. 입당 자격이나 가입 조건은 ‘실업자, 게으름뱅이, 만성적 인터넷 중독자, 전문적으로 불만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다. CJP라는 당명도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을 패러디했다.
하지만 풍자로 시작한 정당은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창당 5일 만에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로 BJP를 비롯한 인도 모든 정당을 제쳤다. 22일 오전 기준 CJP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900만 명에 육박한다.
유명 영화감독이나 활동가들도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공식 지지를 표명한 정치인도 있다. 청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나도 바퀴벌레다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오프라인 활동에 바퀴벌레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등 일종의 유희로 이 운동을 소비한다. ● “Z세대는 전통적 정당을 포기했다” 30세 청년이 CJP 만든 까닭
이 같은 돌풍에는 인도 청년층이 느끼는 정치적 피로감과 허무주의가 깊게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도 취업난과 불평등을 겪는 인도 청년들이 인터넷 밈이라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통해 직접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CJP를 만든 아비지트 디프케(30)는 “Z세대는 전통적인 정당을 포기했고 그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자신들만의 정치적 전선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 학생인 그는 “CJP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청년들은 현재 정치 시스템에 신물이 났고, 더 많은 조직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청년층이 주도한 유머와 정치의 결합이 실제 정계로 진출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미디언 베페 그리요가 기성 정치를 조롱하며 2009년에 창당한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이 2013년 총선에서 25.6%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코미디언 욘 그나르가 2009년 기존 정치권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패러디 정당 ‘최고당(Best Party)’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장을 배출했다.
한국은 선거법상 5개 시·도당에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하는 등 정당 설립 요건이 매우 엄격해 이 같은 가상 패러디 정당이 실제 제도권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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