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럽 주요국의 극우 성향 정당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다. 전쟁 후 고유가와 생활비 상승에 불만을 표하는 유권자가 늘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외쳤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버렸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국민연합(RN), 독일 독일대안당(AfD), 영국 영국개혁당 등 주요국 극우 정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조기 종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유럽 주요국 정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독일 등이 이란 전쟁 과정에서 미국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4일 창립 77주년을 맞는 나토 체제가 이란 전쟁으로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트럼프에게 등 돌리는 유럽 극우
AP뉴시스
프랑스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 원내대표 겸 하원의원은 1일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참전 요구에 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로 억압받는 이란 국민을 해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도덕적으로 타당했지만 이란의 강한 반발로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프랑스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국의 군사 작전만으로는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수 없다며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르펜 대표는 고유가, 생활비 상승 문제를 특히 우려했다. 전쟁으로 전 세계 비료비 또한 급등해 식량 가격에 재앙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르펜 대표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르펜 대표가 RN 운영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의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4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문제적 판결”이라며 그를 감쌌다. 르펜 대표는 이란 전쟁 발발 첫날인 올 2월 28일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프랑스 유권자들이 경제 악영향을 우려하자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동참한 것이다. 르펜 대표는 올 7월경으로 예상되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야 내년 4월경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독일의 제1야당 독일대안당의 티노 크루팔라 공동 대표 또한 지난달 28일 “독일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자. 국제 분쟁에 휘말리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벌인 것에 “심하게 실망했다”고도 했다.
다음 달 7일 지방선거를 앞둔 영국개혁당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에 부정적 영항을 미친다’고 답한 영국개혁당 지지자가 올 1월 26%에서 지난달 35%로 늘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같은 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속을 알 수 없다”고 했다.
● 英-獨-佛 정상 “참전 안 해” vs 트럼프 “나토 탈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히리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은 거듭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 요구를 거절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달 30일 “여러 압박과 소음에도 우리(영국)는 이번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 또한 “독일은 이 전쟁의 일부가 아니다. 미국이 확전을 초래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1일 공영 NHK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군사 작전에 관해 우리와 상의한 적이 없다. 우리 또한 개입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나토 탈퇴 엄포를 놨다. 그는 1일 로이터통신, 텔레그래프 인터뷰 등을 통해 나토를 ‘종이 호랑이’라고 폄훼하고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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