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투자자들 301조 조사 청원…USTR 결정 시한 3월 7일 임박
‘제2 프랑스’ 우려에 정부 총력…“차별 대우 오해 해소가 관건”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의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의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 차별 대우 조사를 위한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미국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무효화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한시 부과하며 관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122조가 150일 한시 권한에 그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곧 특정 국가를 정조준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쿠팡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처리와 관련해 301조 조사를 청원한 사실이 재부각되면서, 한국이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 첫 301조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3월 7일까지 이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쿠팡 사태’ 통상 리스크로 부상…USTR 결정 시한 ‘3월 7일’
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의 새로운 관세 수단으로 301조가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통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내 쿠팡 투자자들은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이전인 1월 22일 USTR에 쿠팡 사태 처리와 관련해 한국이 불공정하고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며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당시 산업통상부는 관세와 쿠팡 사태는 별개라고 설명했지만, 그 사이 미국 대법원판결 변수가 끼어들면서 301조를 연결고리로 쿠팡 사태가 통상 리스크로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USTR은 301조 청원에 대해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 청원의 시한은 오는 3월 7일이다.
USTR “글로벌 관세 15%로 인상…불공정 관행 301조 조사 준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일부에 대해서는 15%로 오른다. 이후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강제노동, 과잉 생산능력 등 각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사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현재 10%로 150일 간 한시적으로 부과 중인 글로벌 관세를 국가별로 최대 15%까지 차등 인상하고, 향후 301조 조사를 통해 특정국에 추가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01조는 외국의 조치가 부당·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USTR이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 인상, 양허 철회, 수입 제한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이다.
이날 그리어 대표는 301조와 관련해 “향후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기존 무역 권한에 따른 301조 조사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디지털 규제가 제조물 관세로”…제2의 프랑스 사례 우려
문제는 301조 조사는 청원자가 특정 기업 사례를 겨냥해 문제를 제기했더라도, USTR이 피해 규모와 협상 목표에 따라 관세 대상 품목과 세율, 비관세 조치를 폭넓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 301조 조사의 경우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차별적 규제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조사 결과 미국은 반도체·기계 같은 산업재부터 의류·신발 등 소비재까지 37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7.5~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아울러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 관련 301조 조사 역시 디지털 산업 정책을 문제 삼아 시작됐지만, 최종적으로는 그와 무관한 프랑스산 와인, 치즈, 핸드백 등 비(非)디지털 품목까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프랑스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 이슈에서 출발한 조사라도 실제 관세는 전혀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수 있어, 쿠팡 301조 조사 역시 협상 과정에 따라 예상 밖 품목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정부 대화 채널 가동해 ‘차별 대우’ 오해 풀어야”
현재 정부는 미국 측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쿠팡에 대한 조치가 특정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제재가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법 집행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쿠팡 301조 조사가 현실화하면) 쿠팡 단독 조사가 아니라 전체적인 온라인 서비스나 관련된 물류 분야 등으로 조사를 넓힐 수 있어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며 “통상 301조 조사는 길게 진행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단기간에 진행할 경우 한국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가 대화 채널을 적극 가동해서 쿠팡에 차별적인 대우를 한다는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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