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아닌 거대 실험실로 접근해야”…재중과협 10주년 행사서 ‘한중 협력 2.0 모델’ 강조

  • 동아일보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정용삼 회장(앞줄 왼쪽 5번째)과 노재헌 주중대사(왼쪽 6번째) 등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정용삼 회장(앞줄 왼쪽 5번째)과 노재헌 주중대사(왼쪽 6번째) 등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한국과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로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과학기술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처럼 한국의 기술적 우위와 중국의 대규모 시장을 활용하는 모델이 아니라 에너지, 기후 문제 등을 중심으로 중국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산학연 시스템을 활용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과학기술이 안보, 주권 등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과 ‘리스크 쉐어링’ 가능한 분야 찾아야”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은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재중과협) 10주년 총회 및 학술대회’의 기조 강연에서 “한국과 중국의 산업 구조가 유사도가 96%에 달하고, CATL나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의 자체 역량도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국의 전체 해외 투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중국과의 협력을 완전히 단절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게 김 센터장의 견해다.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AI)과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중국의 특정 분야의 기술 표준을 장악할 경우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김 센터장은 “산업이나 기술연구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중국과 협력하던 시대는 지났고, 새로운 2.0 협력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선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선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를 위해 중국을 이제 연구 인프라와 산학연 시스템이 잘 갖춰진 ‘거대한 실험실’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은 R&D 지원 예산의 30%를 젊고 도전적인 연구자들에게 의무 배정한다”면서 “한국, 일본과 달리 혁신적인 연구 성과들이 가능한 토대가 마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기후, 고령화, 우주 등 미래를 선도할 수 있지만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큰 연구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 리스크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재중한인 과학자 외에도 국제정치학의 저명한 학자들도 참여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요즘 기술이란 단어에 붙여 쓰는 동맹, 안보, 주권 이런 용어들은 국제정치학에서 주로 쓰는 용어들”이라며 “대표적으로 AI는 경제를 넘어 군사 분야에서도 국제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첨단 기술 협력을 지정학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한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상호 협력과 공조를 통해서 번영을 누려 왔다”면서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경쟁에 매몰돼 우리의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건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이어온 재중과협…“앞으로 성과 더 기대”

이날 창립 10주년 학술대회를 연 재중과협은 2015년 중국 내 한국 과학자들의 소규모 모임으로 출발했다. 이후 소속 회원 간의 협력은 물론 실질적인 한중 학술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정용삼 재중과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중 과학기술 인재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며 양국 소통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면서 “지난 10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도전적인 다음 1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정용삼 회장이 무대에 올라 개회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정용삼 회장이 무대에 올라 개회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날 축사에 나선 노재헌 주중대사는 “한중이 협력해서 지역과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을 만들어 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직무대행도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한중은 아시아가 세계 중심으로 떠오르기 위해 기술 발전을 이끌어가는 동반자”라며 “딥시크를 포함해 기술의 변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상황에 재중 한인 과학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재중과협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2026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 책도 출간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 수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각 분야별 혁신 전략, 한중 기술 협력의 새 모델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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