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美中 관세전쟁…“트럼프-시진핑 톱다운 방식 외엔 타개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1일 21시 24분


ⓒ뉴시스
“중국은 70여 년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했고(자력갱생·自力更生), 어떤 부당한 압박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 맞불 관세를 발표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동시에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전날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일(현지 시간) “시진핑 주석은 오랜 기간 진정한 의미에서 내 친구였다”며 국면 전환의 여지를 남겨놨다. 관세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 이와 연동된 미중 경제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적당한 시점에 만나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1, 2개월 내 협상 모멘텀 만들기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첫해인 2017년,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 처음 만났다. 당시도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백악관 입성 76일 만에 마주 앉았다. 이때를 포함해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정상은 모두 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 차례씩 서로 자국에 초청해 진행한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모두 다자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했다.

트럼프 2기에선 양국이 1기보다 대폭 수위를 끌어올려 통상 전쟁에 나선 만큼, 당장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당장 관세 협상을 진행할 국가만 70개국이 넘는다”며 “일단 핵심 타깃인 중국은 가장 후순위로 미뤄둔 만큼 1, 2개월 내 미중 간 극적인 모멘텀이 마련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정치)도 “이미 미중 갈등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격화돼 당분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90일 상호관세 유예 결정을 이끈 ‘시장의 힘’이 미중 정상 간 자존심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부동산 경기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기간 수출 감소를 감내하기엔 한계가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으로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일 높다”며 “다만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시진핑-오바마 ‘서니랜즈 정상회담’ 성격 될 수도

일각에선 미중 정상이 이르면 6월에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각각 6월 14일과 15일로 이른바 ‘생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것.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6월 워싱턴에서 ‘생일 정상회담’을 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경북 경주에서 10월 말~11월 초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미중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그간 APEC 정상회의에 줄곧 참석해 왔는데, 올 2월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을 때도 경주 APEC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서니랜즈 정상회담’ 성격의 만남이 될 거란 관측도 있다. 회담 직전 오바마 대통령이 ‘피벗 투 아시아’ 정책을 펼치자, 중국이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었다. 하지만 서니랜즈 정상회담을 거치며 양국은 ‘협력적 경쟁과 상생’으로 관계를 재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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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4-11 22:42:15

    한쪽은 자유민주의의 탈을쓴 미치광이.. 한쪽은 사회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자.. 시간 지나면 무조건 독재자 시지핑이 이김.. 국민과 국가를 완벽하게 무소불위로 통제할수 있는 시진핑과 주어진 권한에서 미치광이 짓하는 트럼프와의 싸움에서 승자는 시진핑이지... 14억 인구 절반 사라져도 신경 안쓰도 되는 나라가 중국임...결론은 뻔함..소비재 물가 상승하고 미국의 내년 하원선거 걀과 유추하면 트럼프는 결국 형식적인 체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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