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혼란 와중에… 이스라엘 “헤르몬산 무기한 점령” 영토 야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4일 03시 00분


시리아 수도서 불과 35㎞ 떨어진곳
작년 12월 아사드 축출 틈타 점령
95일만에 ‘영토화’ 속내 드러내
시리아측 내란 우려속 입장 못밝혀

지난해 12월 15일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비무장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남부 영토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후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내 시리아 군기지를 점령했다. 12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국 안보를 위해 시리아 남부 영토를 무기한 점령한다고 밝혔다. 마즈달샴스=AP 뉴시스
지난해 12월 15일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비무장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남부 영토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후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내 시리아 군기지를 점령했다. 12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국 안보를 위해 시리아 남부 영토를 무기한 점령한다고 밝혔다. 마즈달샴스=AP 뉴시스
12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요충지 헤르몬산에 신설한 군부대에 내·외신 기자를 초청해 “이곳을 무기한 점령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시리아의 정정 불안을 틈타 지난해 12월 8일 헤르몬산을 기습 점령했고, 95일 만인 이날 “무기한 점령”까지 거론하며 사실상 자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공습 등 골란고원이 있는 시리아 남부에서 연일 군사 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중동 전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000년부터 시리아를 잔혹하게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축출됐다. 이후 수니파 무장단체 ‘하이아트타흐리르알샴(HTS)’ 소속인 아흐마드 샤라 임시 대통령이 과도정부를 구성했지만 시리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해 아사드 지지층과 연일 대립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으로 유혈 사태가 발생해 6∼9일에만 최소 1311명이 숨졌다. 안에서는 아사드 지지층을 껴안아야 하고 밖으로는 이스라엘과 대치해야 하는 샤라 대통령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스라엘 국방 “헤르몬산 무기한 주둔”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2일 헤르몬산 정상을 찾아 “무기한으로 머무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완충지대에 9개의 군부대를 설치했고 이 중 2개가 헤르몬산에 있다고도 공개했다.

카츠 장관은 무기한 주둔 명분으로 ‘소수종교 보호’를 거론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이 다시 발발할 것이란 공포가 커져 일대의 드루즈교 신도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다민족 다종교 다인종 국가인 시리아에는 수니파,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 드루즈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헤르몬산을 제외한 골란고원 대부분을 점령했다. 헤르몬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정학적 요충지다. 골란고원 또한 국제법상으로는 여전히 시리아 영토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8일 헤르몬산 정상을 점령했다. 같은 달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방탄 조끼를 입고 헤르몬산 정상에 올라 일대를 시찰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현직 이스라엘 총리가 시리아 땅에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이스라엘 측은 최근 아사드 지지층과 임시정부 지지층의 대립이 격화하자 헤르몬산을 아예 점령하겠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가 많이 거주하는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주, 타르투스주에서는 최근 아사드 지지층과 정부군 간 대립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측은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10일 샤라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헤르몬산 점령을 규탄하며 “시리아는 어떤 국가에도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시리아가 또다시 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는 친(親)아사드 무장단체와 수니파 친(親)튀르키예 민병대 2개가 각각 반대파 민간인 211명, 396명을 살해했다고 공개했다.

● 美-이란 핵협상도 지지부진

아사드 정권을 적극 지지했던 ‘시아파 맹주’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 또한 지지부진하다.

신정 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보낸 핵 협상 제안 서한을 아직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 테헤란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제안을 “기만 행위”라고 혹평하며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인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이란이 체결한 핵합의(JCPOA)를 전격 파기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이란 측에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히며 “협상 개시를 위한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개발 또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란은 거세게 반발해 협상 개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시리아#영유권 분쟁지#헤르몬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