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사관 폭격’ 대이스라엘 보복 공언했지만 선택지 제한적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3일 1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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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군사적 긴장 불가피…이란, 이스라엘 직접 공격하지 않을 듯
미국·이스라엘 해외 시설 공격·친이란 세력 통한 대리전 등 거론

이란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보복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대응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CNN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은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명령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이란을 겨냥한 최대 공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공관 건물을 공습해 IRGC 사령관을 포함한 장교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료 4명은 뉴욕타임스(NYT)에 이스라엘이 공격을 수행했다고 인정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습의 주체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그것(이란 영사관)은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용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지난 수년간 시리아에서 이란이나 친이란 민병대 관련 목표물을 공격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런 형태의 공격을 더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 영 내 건물을 직접 타격했고, IRGC 사령관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동일한 형태의 반격에 나설 수 있고 미국이 직접 전쟁에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타결한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음은 이란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다.

◆미국 시설 공격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국 영사관을 공격한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므로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이란 내에서 미국을 대변하는 스위스 대리대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가 한 일에 대해 이란에 책임을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란도 이스라엘이 한 일에 대해 미국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르시는 “영사관 폭격 이후 이란의 (강도 높은) 발언은 미국과의 신뢰가 무너졌음을 상기시킨다”며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지역 미군도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시리아, 이라크 내 친 이란 민병대를 통해 낮은 수준의 대리전을 벌여왔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 1월 요르단 주둔 미군이 공격받아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하면서 고조됐다.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 최소 7곳에 수십 차례 공습을 가하며 보복했다.

이란이 미군 시설을 직접 공격한 것은 2020년 1월 미군 공격용 드론 공습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살된 이후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 공격은 해외 주둔 미군 기지를 겨냥한 수십 년 만의 최대 규모 공격이었다.

◆친이란 세력 통한 대리전

이스라엘과 싸울 수 있는 가장 유능한 대리인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15만 발의 로켓과 정밀 유도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수개월 동안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대비해 왔으며, 레바논 국경과 인접한 40개 마을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국경에서 100㎞ 떨어진 레바논 내부를 폭격한 사례도 있지만, 양측은 주로 국경 반경 수 킬로미터 내에서 제한적인 교전을 벌었다.

헤즈볼라는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에 “처벌과 복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전문가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다른 지역의 친이란 민병대를 동원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에 인적·물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유조선을 공격하며 이스라엘과 국제 무역을 방해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리상으로 이스라엘에 더 가까운 이라크 내 민병대도 이스라엘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이란이 대리인을 동원하거나 외교적으로 이스라엘 고립시키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이 느끼는 위협 수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들(대리인들)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이스라엘 이익 시설 공격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은 이란 목표물을 공격한 이후 자국 시설에 대한 이란의 보복을 예상했고, 대사관에 대한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국 핵시설 공격이나 이란 과학자들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해외 공관을 목표로 삼으려 했다고 비난해 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1992년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헤즈볼라와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었다. 2012년에도 인도, 조지아, 태국에 있던 이스라엘 외교관들이 테러를 당했다.

잘랄 라시디 코치 이란 국회의원은 X(옛 트위터)에 이란이 아제르바이잔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타격해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킬 소장은 이란이 해외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월7일 (이-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억제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란은 더 큰 전쟁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그 능력을 유지한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력 사용 배제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더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이란 관리들을 제거하려고 하지만, 이란의 대응은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수준에 그쳤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례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란 외교 공관이 목표물이 됐다는 점에서 이란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자칫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 지구에서의 전개되는 무차별적인 하마스 격퇴전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어나 이스라엘이 국제무대에서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에서 이란의 개입으로 확전이 발생하면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 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정치 전문가로 전 국무부 고문을 지낸 발리 나스는 X에 “이제 공은 이란의 코트에 있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란은 가자, 시리아 사태가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도록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바킬 소장도 이란이 직접적인 군사 공격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이란은 가자 전쟁에 관한 국제사회 비난과 확전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을 더 고립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여러 카드를 동시에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이버 공격, 대리인을 통한 저강도의 군사 도발, 외교 공세 등을 언급했다.

다만 스위스 소재 글로벌 거버넌스 센터의 파르잔 사벳 선임 연구원은 이란이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을 끝낸 이후 지역의 이스라엘 저항 세력들을 하나씩 격멸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며 “이는 지역에서 이란 영향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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