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욕은 참아도, 아내 욕은 못 참은 이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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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는 성공했지만 ‘바이드노믹스’는 실패한 이유
이런 캠페인 구호, 패배를 부른다
‘중고 포드에 올라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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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슬로건이 세워진 유세 무대에 오르려다 넘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슬로건이 세워진 유세 무대에 오르려다 넘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Whoever came up with the slogan Bidenomics should be fired.”
(‘바이드노믹스’라는 슬로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해고해야 한다)
“매가, 매가, 매가.” 최근 끝난 아이오와 코커스 행사장.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본부는 ‘매가’ 떼창으로 시끌벅적합니다. ‘매가’는 ‘MAGA’라는 뜻. 트럼프 대통령의 캠페인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줄임말입니다.

‘MAGA’ 또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은 성공한 슬로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도 이 슬로건이 좋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부터 사용하는 슬로건으로 너무 인기가 있어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MAGA’는 캠페인 구호지만 일반 대화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He is a MAGA”라고 하면 ‘저 사람 트럼프 지지자야’라는 뜻입니다.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자주 입에 올릴 정도로 유명한 단어가 됐습니다. 짧고 쉽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크다’라는 뜻의 ‘mega’(메가)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점도 ‘MAGA’의 성공 요인입니다.

반면 바이든 진영은? 큰일 났습니다. “MAGA’와 겨룰 정도의 슬로건을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고심 끝에 만들어낸 슬로건 ‘Bidenomics’(바이드노믹스)가 욕만 한가득 먹고 있습니다. 지난해 만든 슬로건 ‘Finish the Job’(임무를 완수하자)이 인기가 없어 새로 만든 구호인데 이마저도 혹평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 민주당 선거전략가는 이 슬로건을 만든 사람은 해고감이라고 했습니다. ‘come up with’는 의견을 ‘내놓다’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에서 출마하는 상하원 의원, 주지사 후보들은 ‘바이드노믹스’라는 슬로건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득보다 해가 된다는 보기 때문입니다.

비판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Bidenomics’ 단어가 철학적이어서 캠페인 구호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둘째, 슬로건으로 내걸고 자랑할 정도의 경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셋째,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슬로건을 미국인들은 체질적으로 싫어합니다. 개인 우상화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슬로건에 약합니다. 2020년 대선 때 내놓은 일명 ‘BBB’로 통하는 ’Build Back Better’(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는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Bidenomics’도 얼마 안 가서 쓰레기통으로 갈 공산이 큽니다. 미국 대선 역사에는 성공한 슬로건도 많지만 실패한 슬로건도 많습니다. 패배를 부른 슬로건들을 알아봤습니다.

1976년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 공화당 후보의 슬로건. 제럴드 포드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1976년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 공화당 후보의 슬로건. 제럴드 포드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A Used Ford Is Better Than a New Carter.”
(중고 포드가 새 카터보다 낫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은 안정을 강조합니다. 슬로건에 ‘stable’(안정된), ‘safe’(안전한), ‘still’(여전히), ‘again’(다시)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쓰지 말아야 할 단어도 있습니다. ‘used’(사용된)입니다. 1976년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가 맞붙었습니다. 카터 주지사는 워싱턴에 물들지 않았다는 의미로 ‘새로운 카터’(New Carter)라는 슬로건을 제시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new Cart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used Ford’를 내놓았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익숙한’이라는 의미로 ‘used’를 썼지만, 유권자들은 성능이 시원찮은 중고품의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used Ford’는 ‘중고차 포드’가 연상됩니다. 당시 미국은 오일쇼크 때문에 일본 자동차들이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던 때였습니다. 미국 차는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냥 미국 차도 아닌 중고 미국 차는 더욱 이미지가 나빴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자신의 성(姓)에 자부심이 컸는지 다른 슬로건에도 ‘Ford’를 썼습니다. ‘Happy Days Are Here Again Fordzie’라는 슬로건입니다. ‘포지와 함께 행복한 날들을 다시 누리자’라는 뜻입니다. ‘Happy Days’는 당시 인기를 끌던 시트콤입니다. 낙천적인 캐릭터 ‘Fonzie’(폰지)가 등장합니다. ‘Fordzie’는 ‘Ford’를 ‘Fonzie’처럼 바꾼 것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극 중 폰지가 즐겨 입는 가죽점퍼 차림의 선거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2016년 대선에 출마한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 슬로건. 젭 부시 선거본부 홈페이지
2016년 대선에 출마한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 슬로건. 젭 부시 선거본부 홈페이지


Jeb can fix it.”
(젭이 고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2016년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플로리다 주지사를 8년 지낸 뒤였습니다. 부시 가문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내 동생이 대통령이 된다면 잘 해낼 수 있다”라고 힘을 보탰습니다.

출마 발표 때 슬로건은 ‘Jeb!’ 그의 풀네임 ‘John Ellis Bush’의 약자입니다, ‘Jeb’은 ‘jab’(잽)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권투의 잽처럼 선거전에서 끊임없는 공격을 퍼붓겠다는 의미입니다. 역동적인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무기력한 모습이었습니다. 조용한 성격인 그는 유세도 차분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경쟁자인 트럼프 후보는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a very low-energy kind of guy.”(에너지가 바닥인 남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선거전 중반에 바꾼 슬로건입니다. ‘fix’(픽스)는 선거 때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고친다’라는 뜻입니다. 당선되면 정치 문화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친근한 애칭 ‘Jeb’과 ‘fix’가 한 문장에 나오니까 동네 수리점 광고 문구 같다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반응입니다. “Is he running for President or Plumber?”(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냐, 배관공에 출마하는 것이냐)

1964년 대선에서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의 슬로건(왼쪽)과 린든 존슨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오른쪽).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1964년 대선에서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의 슬로건(왼쪽)과 린든 존슨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오른쪽).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n Your Heart, You Know He’s Right.”
(당신 마음속으로 그가 옳다는 것을 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타계 1년 뒤 대선이 치러졌습니다. 국민들은 아직 케네디 대통령을 잊지 못했습니다. 케네디 정책을 계승한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강경 보수주의자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후보로 나왔습니다. 존슨 대통령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던 골드워터 후보는 우선 자신을 알려야 했습니다. 골드워터라는 성(姓)을 슬로건으로 만들었습니다. ‘Au H2O’라는 수수께끼 같은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Au’는 ‘gold’(금)의 원소기호입니다. ‘H2O’는 ‘water’(물)를 말합니다. 지금도 ‘Au H2O, 1964’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미국인이 있을 정도로 히트를 친 구호였습니다.

기발하기는 하지만 후보의 특징을 알리는 슬로건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슬로건입니다. ‘in the heart’는 ‘마음속’을 말합니다.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골드워터 후보의 주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에게 불만이 많았던 남부 백인층을 노린 슬로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슬로건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겉으로는 지지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골드워터 후보의 공약은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 지지를 얻기 힘들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은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 “크렘린에 미사일을 떨어뜨려야 한다” “핵무기로 베트남 전쟁을 끝내야 한다”라는 초강경 발언은 낙선을 각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골드워터가 당선되면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존슨 대통령의 슬로건이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In Your Guts, You Know He’s Nuts’(당신 마음속으로 그가 미쳤다는 것을 안다). 골드워터 슬로건에 나오는 ‘in your heart’ 대신에 ‘in your guts’라고 했습니다. ‘gut’는 원래 ‘내장’이라는 뜻으로 ‘in the guts’는 ‘용기 있는 마음’이라는 의미입니다. ‘guts’(거츠)를 써서 뒤에 나오는 ‘nuts’(너츠)와 운율을 맞췄습니다.

명언의 품격

2016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텍사스 국경지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등장한 모습. 위키피디아
2016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텍사스 국경지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등장한 모습. 위키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12년 대선입니다. 당시 그는 기업가였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습니다. 롬니 후보의 패인이 미국의 위대함을 비전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트럼프는 정치 입문을 결심하고 ‘Make America Great Again’을 대선 슬로건으로 택하기로 했습니다.

이 문구를 처음 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닙니다.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대선 출마 발표 때 이 문구를 썼습니다. “I believe that together we can make America great again.”(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레이건 대통령이나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구를 사용했지만 상업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사업가 트럼프는 이 문구를 우선 자신의 고유상표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2012년 대선 엿새 뒤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상표권 등록 서류에 서명해 특허청에 제출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뉴욕 트럼프타워 26층 사무실에서 금색으로 번쩍거리는 ‘회장님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특허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이렇게 말했습니다.

My slogan is going to be ‘Make American Great Again.’ And watch, everybody’s going to love it.”
(내 슬로건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가 될 것이다. 두고 봐라, 모든 이들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watch’는 ‘시계’가 아니라 아니고 ‘보다’라는 뜻입니다. 문장 처음에 명령형으로 ‘watch’를 쓰면 ‘눈여겨봐라’라는 뜻입니다. 포부를 밝힐 때 씁니다. 상표권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6년 대선 출마를 발표할 때쯤 완료됐습니다.

트럼프다운 방식으로 대선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반이민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문구를 넣은 야구모자를 쓰고 나온 것입니다. 기자들은 “Oh!”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트럼프다운 마케팅 감각이었습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e’s the master marketer. Why wouldn’t he put it on a hat?”(그는 마케팅의 장인이다. 왜 모자에 슬로건을 넣지 않겠어). 일명 ‘MAGA cap’(매가 캡)이라고 불리는 트럼프 최고의 히트상품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실전 보케 360

2020년 대선 후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오른쪽)와 조 바이든 후보(왼쪽). 백악관 홈페이지
2020년 대선 후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오른쪽)와 조 바이든 후보(왼쪽). 백악관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승을 거두자 벌써 바이든-트럼프 토론 대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찬반 대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대파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본전도 못 건진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면 노인 이미지가 더욱 부각될 수 있습니다

찬성파는 토론을 피하는 것이 더 큰 손해라고 말합니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도 찬성파입니다.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히트 슬로건을 만든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을 피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온갖 조롱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미국 대선의 오랜 전통인 TV 토론을 피할 뚜렷한 명분도 없습니다.

It’s obviously a decision that’s going to be gone over with a fine-tooth comb.”
(자세히 검토해서 내려야 할 결정이다)
카빌의 마무리 발언입니다. ‘comb’는 머리 빗는 ‘빗’을 말합니다. ‘fine’은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미국인들은 ‘세밀한’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정책을 미세 조정한다’라고 할 때 ‘fine-tune the policy’라고 합니다. ‘fine-tooth comb’(파인-투스 콤)은 ‘이빨(빗살)이 촘촘하게 박힌 빗’을 말합니다. ‘go over with fine-tooth comb’는 촘촘한 빗으로 빗는 것을 말합니다. 무언가를 걸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내용을 세밀히 조사하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토론에 피하는 쉬운 결정을 내리지 말고 치밀하게 득실을 따져보라는 충고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28일 소개된 대선 토론 난타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TV 대선 토론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순간은 후보들이 싸울 때입니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습니다. 후보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가는 토론을 ‘heated debate’라고 합니다. ‘열 받은 토론’이라는 뜻입니다.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는 뜨거웠던 토론의 순간을 알아봤습니다.

▶2022년 2월 28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28/112068674/1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힐리러 클린턴 후보(왼쪽)와 버락 오바마 후보(오른쪽).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홈페이지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힐리러 클린턴 후보(왼쪽)와 버락 오바마 후보(오른쪽).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홈페이지
대선 후보 TV 토론은 정책 대결의 장(場)이 돼야 하지만 감정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대선 TV 토론에서 거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한국보다 대선 토론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살벌한 충돌이 벌어진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Will you just shut up, man? It’s hard to get any word in with this clown.”
(입 좀 다물어, 이 광대랑은 얘기를 못 하겠다니까)
2020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첫 TV 토론은 ‘최악’(worst)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말꼬리를 잡는 싸움으로 변변한 정책 토론은 없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마이크를 전세 낸 듯 얘기를 멈추지 않자 바이든 후보가 폭발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를 ‘광대’(clown)라고 불렀습니다. ‘clown’은 ‘웃긴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의 의미가 강합니다. 상대가 계속 말을 이어가면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찾기가 힘듭니다. 그런 기회를 잡는 것을 ‘get a word in’(말을 안으로 넣다)이라고 합니다.

You’re likable enough, Hillary.”
(힐러리, 당신 정도면 호감형이야)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호감형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거에서 호감도(likability)는 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진행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유권자들은 당신보다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옆에 있던 오바마 후보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힐러리 후보를 도와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상당히 깔보는 발언입니다. ‘enough’는 ‘충분한’이 아니라 ‘필요한 정도만 있는’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관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상대에 대한 험담보다 가식적인 칭찬이 더 비판을 받기 마련입니다.

You ought to be ashamed of yourself for jumping on my wife.”
(내 아내를 들먹거리다니 창피한 줄 알아)
1992년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빌 클린턴 후보와 제리 브라운 후보는 얼굴을 붉혀가며 싸웠습니다. 브라운 후보는 클린턴 후보의 부인 힐러리의 로펌으로 불법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가 벌컥 화를 내면서 한 말입니다. ‘be ashamed of’는 ‘볼 낯이 없다.’ ‘창피하다’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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