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北문제, 中이 역할 해달라”…왕이 “한반도 안정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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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6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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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11.26.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11.26. 뉴스1
한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26일 부산에서 만나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역내 글로벌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부산의 한 호텔에서 약 2시간가량 회담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건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회동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왕 부장의 방한은 2021년 9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8월 박 장관의 칭다오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외교장관 간 상호 방문이 실현됐다는 의미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선 왕 부장이 박 장관에게 공식 방중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북러 협력 등 한반도 문제를 폭넓게 거론하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 한중 공동이익에 해당하는 만큼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하고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조항을 정부가 지난 22일 효력 정지한 것은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왕 부장은 최근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이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대한 왕 부장의 반응과 관련해 “그간 밝혀왔던 중국의 기본적 입장에 기반해 생각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반도 상황 안정에 역할을 하겠다는 왕 부장의 언급이 진전된 입장이냐’는 질문에도 “새로운 중국 측의 언급이라고 말씀드리긴 과도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계속 소통해 나가고 있다”며 “그 맥락에서 이 부분도 서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만 문제도 거론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소위 핵심 이익이라고 얘기하는 부분들에 대한 입장 설명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한국은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1.5트랙(반관반민) 대화 등을 적극 가동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두 장관은 한중관계 발전에 경제협력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변화된 대외환경에 맞춰 호혜적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박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와 중국 내 한국 기업 활동 보호, 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가까운 이웃으로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고, 왕 부장은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는 약 4년간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의 재개를 위한 마지막 담판을 짓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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