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 갈라지는 유럽
범인 ‘이슬람 잠재위험 인물’ 전력… 마크롱 “야만적인 테러리즘” 규탄
관광지 일시 폐쇄, 군경 1만명 배치
英선 반유대주의 사건 7.5배 급증
테러에 놀란 학생들 중동전쟁 일주일 만인 13일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분류해온 20세 무슬림 남성이 프랑스 아라스 지역 강베타 고교에서
흉기 테러를 저질러 교사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사건 당시 학교에서 대피한 학생들이 안정을 취하고 있다. 아라스=신화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 여파가 유럽 내부 이-팔 진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고교 교사가 대낮에 20세 무슬림 남성에게 피살돼 안전 경보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중동전쟁과 연관됐다고 밝혔다.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마저 테러 우려에 운영을 임시 중단했다. 영국에서도 반(反)유대주의 사건이 대거 발생해 1년 만에 7.5배로 뛰었고 유럽 곳곳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리고 있다.
● 佛 “야만적 테러리즘” 최고 경보 발령
14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동북부 아라스 지역 강베타고교에서 전날 오전 11시경 이 학교 출신 20세 남성이 흉기로 프랑스어 교사 도미니크 베르나르 씨(57)를 살해했다. 체포된 용의자는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 백인 남성 모하메드 모구치코프로 밝혀졌다. 범행 당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진 모구치코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의심받아 프랑스 정부 잠재 위험 인물 명단에 올라 있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그는 사건 발생 전날 당국 점검을 받았다. 한 소식통은 “그는 (점검 당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볼 수 있는 요소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며 “(공격) 결정을 갑자기 내리는 급진화 사례여서 (사전)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모구치코프의 17세 동생도 이번 공격 직후 인근 학교에서 체포됐고, 그의 형은 이슬람 무장 공격 음모에 연루돼 수감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이 학교를 찾아 애도를 표하면서 이번 사건을 “야만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보안 당국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날 뻔한 다른 공격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이 “중동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일어나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오후 마크롱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회의를 개최하고 안전 경보를 최고 단계인 ‘긴급 공격’으로 끌어올렸다. 또 이슬람 사원 등을 중심으로 경찰 헌병 군인 등 1만 명을 동원해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역사지리 교사였던 사뮈엘 파티가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10대 청년에게 참수당해 숨진 사건의 3주기(16일)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극단적 테러 사건이 이어지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무슬림 사이 갈등이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첨예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미국 다음으로 유대인이 많이 사는 국가이면서 동시에 서유럽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다.
루브르 박물관 임시 폐쇄 14일 세계적 명소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궁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되자 경찰이 루브르 박물관에 출동해 방문객과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이날 두 곳 모두 임시 휴관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전쟁 이후 테러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테러 위험은 인파가 몰리는 유명 관광지로 번졌다. 14일엔 베르사유 궁전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위험 신호가 포착돼 관람객을 급히 대피시키고 궁전 운영을 중지했다.
● 英, 반유대주의 사건 105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13일 “반유대주의 사건이 역겨울 정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은 7일 중동전쟁 개시를 전후한 9월 29일∼10월 12일 반유대주의 사건이 105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14건)의 7.5배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은 14일 런던 도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에 경찰 1000명 이상을 배치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도 프랑스 영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극우 성향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13일 공영 라디오에서 “‘테러 조직(하마스)’을 지지하는 어떤 집회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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