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파리올림픽 자국 선수들 히잡 금지… 유엔 “강요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8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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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등 이민자 잇단 차별조치 논란
인도계 英내무장관 “다문화주의 실패”
난민협약 탈퇴 등 고강도 대응 시사

인도계 이민 가정에서 성장한 영국 내무장관이 “불법 이민은 서구 사회에 대한 실존적 도전”이라며 고강도 대응을 예고했다. 기존 사회와 이민자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냉정하게 진단하며 유엔난민협약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웃 국가 프랑스에서도 올림픽 대표 선수의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가슴을 가리는 두건) 착용을 금지하면서 유럽 난민 문제가 다문화주의 실효성 논쟁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수엘라 브래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26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에서 “통제되지 않은 불법 이민이 서구 사회의 ‘실존적 도전’”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브래버먼 장관은 “다문화주의는 이민자에게 (새로운 사회로의) 통합을 요구하지 않고 평행한 삶을 살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브래버먼 장관은 1951년 유엔에서 합의한 난민협약도 현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연설 직후 영국이 협약 탈퇴를 고려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정부가 승인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도착하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탈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1960년대 케냐와 모리셔스에서 이주해 온 인도계 영국인이다.

프랑스 정부는 2024 파리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자국 올림픽 대표 선수의 이슬람 여성 전통의상 히잡 착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공공 장소에서 종교적 노출을 금하는 세속주의에 따른 조치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6일 “아무도 여성에게 무엇을 입고, 입지 말아야 하는지 강요할 수 없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관행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올 6월 축구 경기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프랑스 정부는 2004년부터 공공 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해 이민자 차별 논란을 빚었다. 이후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와 전신 가운데 눈만 가리지 않는 니깝 착용을 차례로 금지했고 지난달에는 공립학교에서 얼굴과 손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 착용도 막아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佛#파리올림픽#히잡 금지#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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