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에 4400억원 첫 무기지원… 中 “대만해협 화약고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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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권한’ 활용… 의회승인 불필요
‘침묵의 암살자’ 리퍼 포함 가능성
NYT “中, 미군전력망 등에 악성코드
대만공격 감행때 美작전 교란 목적”

미국이 사상 최초로 대만에 3억4500만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직접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유사시 미군 비축 무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또한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미군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미군 전력망 등에 악성코드를 심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는 등 대만 해협을 둘러싼 양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라이칭더(賴淸德·64) 대만 부총통이 다음 달 15일 산티아고 페냐 신임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미국을 경유하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갈등 또한 여전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통해 “대만 지원을 위해 국방부 방위 물품 및 서비스, 군사훈련 명목으로 최대 3억4500만 달러를 인출할 권리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의회 승인 없이도 무기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는 지난해 미 의회가 대만 안보 지원을 위해 배정한 예산 10억 달러(약 1조2780억 원)에서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활용해 미군 비축 무기를 대만에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역대 미 행정부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지만 PDA를 활용해 미 비축 무기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도 PDA를 통해 다양한 무기를 제공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지원 목록에 미군 최신 무기인 정찰폭격용 무인기(드론) ‘MQ-9 리퍼’ 4대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는 표적 위 15㎞ 상공에서 24시간 넘게 머물 수 있다. 또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기능도 뛰어나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등 적대국 주요 인물을 암살할 때 쓰였다. 대당 평균 가격은 약 2800만 달러(약 358억 원)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 당국이 이 드론에 탑재된 첨단 장비 일부에 대해 미 공군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향후 지원 목록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해협을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천빈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9일 “대만을 화약통과 탄약고로 만들고 대만 해협에서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며 “(대만 집권당) 민진당이 계속 이 길을 고집한다면 대만 청년들은 총알받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대만이 충분한 방위 능력을 유지하도록 돕기 위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의 또 다른 예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중국이 전 세계 곳곳의 미군 기지 네트워크에 악성코드를 심어놔 미국이 제거에 나섰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 악성코드는 향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군 작전을 방해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 관계자는 “중국이 미군 기지에 대한 전력 수도 통신을 차단해 미군 배치 또는 재보급 작전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대만#무기#대만해협#군사#미중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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