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이하로 만지면 성추행 아냐” 伊판결에…‘팔파타브레베’ 챌린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3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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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몸을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을 올린 영화배우 파울로 카밀리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몸을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을 올린 영화배우 파울로 카밀리

이탈리아에서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학교 직원에 대해 추행 시간이 10초를 넘지 않아 범죄로 볼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현지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수도 로마의 한 고등학교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볼라는 2022년 4월 학교 건물 계단에서 피해 학생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학생의 몸을 만진 사실은 인정했지만, “장난이었다”며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로마 법원은 “5초에서 10초 사이 더듬었을 뿐이다”며 10초를 넘기지 않아 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해당 행위가 성욕의 표시가 아닌 그저 어색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사회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탈리아어로 ‘잠깐 더듬는다’는 뜻의 ‘팔파타브레베(palpata breve)’, ‘10초’라는 해시태그가 널리 퍼졌다.

판결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없이 10초 동안 몸을 더듬는 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 파올로 카밀리가 처음으로 영상을 올린 뒤 인스타그램 팔로워 2940만명의 유명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그니 등 수천명의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피해 여학생은 한 일간지에 “그 일은 장난이 아니었다. 학교와 법원에서 두 번이나 배신감을 느꼈고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인플루언서 역시 “남자는 5초, 10초는 물론이고 단 1초도 여자의 몸을 만질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이 공개행사 연설에서 성차별적 표현 등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그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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