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살해 누명쓰고 8개월 옥살이한 美 아빠, 사고로 비극적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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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3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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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짜리 딸과 같이 사진을 찍은 케빈 폭스. NBC Chicago 유튜브 캡처
3살짜리 딸과 같이 사진을 찍은 케빈 폭스. NBC Chicago 유튜브 캡처


3살짜리 딸을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8개월간 복역했다가 풀려난 미국 남성이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의 CBS, NBC 방송 등은 미국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케빈 폭스(46)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는 지난 20일 아칸소주 2차선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몰던 중 반대편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폭스와 상대 차량 운전자 모두 사고 직후 현장에서 숨졌다.

폭스는 2004년 미국에서 논란이 됐던 ‘3세 여아 살인사건’의 중심인물이다. 그해 6월 폭스의 3살짜리 딸 라일리는 집에서 실종됐다가 몇 시간 뒤 인근 개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라일리는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수사당국은 친부인 폭스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이어갔다. 몇 달 동안 이어진 수사 끝에 당국은 폭스로부터 “실수로 딸의 머리를 문에 부딪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납치로 꾸미기 위해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의 자백을 받아냈다.

이로 인해 폭스는 8개월간 복역해야 했다. 그는 이후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항소했고, 뒤늦게 실시된 유전자(DNA) 분석 덕에 누명을 벗었다. 라일리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가 폭스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방항소법원은 이 증거를 근거로 폭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케빈 폭스. NBC Chicago 유튜브 캡처
수사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케빈 폭스. NBC Chicago 유튜브 캡처


폭스는 이후 수사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800만 달러(약 104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는 아칸소주로 이주해 새 가정을 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사건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10년에서야 진범 ‘스콧 에비’를 붙잡았다. 절도 전과가 있던 에비는 술과 코카인에 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폭스의 집을 털기 위해 들어갔지만, 자고 있는 라일리를 보고 우발적으로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폭스의 법률대리인이였던 캐슬린 젤너는 21일 트위터를 통해 “그의 가족과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젤너는 “그의 인생은 짧고 비극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놀라운 삶을 살았다”며 “그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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