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국식 선제타격 채택 고려”… 핵위협 수위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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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실수하지 말라” 경고
나토는 러와 전면전 가능성 우려
러, 자폭드론 우크라 공습 재개

창문 깨진 병원, 쌓여 있는 들것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한 병원 앞에 9일 부상자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낡은 들것이 여러 개 놓여 있다. 병원의 창문들은 대부분 깨져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창문 깨진 병원, 쌓여 있는 들것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한 병원 앞에 9일 부상자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낡은 들것이 여러 개 놓여 있다. 병원의 창문들은 대부분 깨져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식 선제 타격’ 개념을 언급하며 핵무기 선제 사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실수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선제 타격 개념을 갖고 있고 무장해제 타격 체계도 개발 중”이라며 “미국의 이런 개념을 러시아 안보를 위해 채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핵무기를 이용해 선제 타격을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기존 ‘핵 독트린’(핵무기 사용 규정에 대한 대내외적 선언)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틀 전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7일 “핵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맨 처음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두 번째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우리 영토가 핵 공격을 받을 경우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급격히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오스틴 장관은 9일 미국 핵무기를 감독하는 미 전략사령부 차기 사령관 취임식에서 “핵보유국은 도발적 행동을 삼가고 핵 확산 위험을 줄이며 긴장 고조와 핵전쟁을 방지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향해 “실수하지 말라”며 “러시아도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가 푸틴 대통령의 무책임한 핵 무력 과시를 목격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유럽의 더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이란산 자살폭탄 무인기(드론) 등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공습을 전면 재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0일 이란제 자폭 무인기 ‘샤헤드-136’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등을 폭격했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에너지 기반 시설과 민간인 거주지가 밤새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지역 내 거의 모든 구역에 전기가 끊겼다”고 공개했다.

러시아군은 올 8월 이란에서 무인기 수백 대를 구매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산 무인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러시아가 이란산 무인기 재고를 보충했음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미 행정부는 이날 이란산 무인기를 사용하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등 러시아 기관 3곳을 제재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푸틴#미국식 선제타격#자폭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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