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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伊 ‘여자 무솔리니’ 멜로니, 100년만의 극우총리 유력 [인물 포커스]

입력 2022-09-26 03:00업데이트 2022-09-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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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가장 위험한 여자” 평가받아
난민-성소수자-EU 등에 극렬 반대
최근 흑인男 성폭행 영상 올려 물의
친러 정권 우려… EU 분열 가능성도
막판 유세 나선 멜로니 이탈리아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총선을 이틀 앞둔 23일 남부 나폴리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난민, 낙태, 성소수자 반대로 유명한 그가 집권하면 최초의 여성 총리 겸 파시스트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지도자가 된다. 나폴리=AP 뉴시스
25일(현지 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들이 주축인 우파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45)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그가 집권하면 파시스트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지도자이자 첫 여성 총리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난민, 성소수자, 낙태, 유럽연합(EU)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등으로 불리는 멜로니의 등장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설립된 Fdi는 4년 전 총선까지만 해도 지지율 4%대의 군소 정당이었다. 경제난 등에 따른 우익 포퓰리즘 바람을 등에 업고 정계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Fdi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9일 조사에서 25.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Fdi와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겸 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이 속한 우파 연합의 지지율 총합도 46.6%로 좌파 연합(27.2%)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로이터통신 등은 멜로니가 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크게보기23일(현지시간) 남부 나폴리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는 멜로니. 로이터통신은 멜로니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나폴리=AP 뉴시스
로마에서 태어난 멜로니는 10대 시절 무솔리니 지지자가 창설한 파시스트 성향의 정당 ‘MSI’의 청년 조직에 입당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웨이트리스, 바텐더, 보모 등으로 일했다. 2006년 MSI를 이어받은 극우정당 ‘AN’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뽑혔고 2009년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청년장관을 맡았다. 2014년부터 Fdi 대표를 맡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언론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멜로니는 2019년 집회에서 “나는 여자, 어머니, 이탈리아인, 기독교도”라고 했다. 무솔리니 정권 시절 파시스트들이 즐겨 썼던 슬로건 ‘신, 조국, 가족’을 차용한 것이다. 그의 파시스트 성향을 잘 보여준다. 빨간색, 녹색, 하얀색으로 불꽃 모양을 형상화한 Fdi의 로고도 MSI 로고와 비슷하다. 멜로니는 지난달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을 신청한 23세 흑인 남성이 북부 피아첸차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세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그가 난민 혐오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피해자의 인권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위터 측이 이 영상을 삭제했다.

주변 인물의 친러 성향에 유럽에서 우려가 나온다. 우파 연합의 살비니 의원은 과거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들고 촬영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수십 년간 푸틴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우파 연합이 집권하면 EU의 러시아 제재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는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 상황을 지렛대 삼아 EU 분열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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