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자포리자 원전 위기’ 책임 공방…유엔서도 ‘으르렁’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12일 0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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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근 연이은 포격으로 우려를 가중하는 자포리자 원전을 두고 국제무대에서 상호 공방에 나섰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1일(현지시간) 자국 요청으로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핵 인프라에 대한 키이우(우크라이나)의 범죄적인 공격은 세계를 체르노빌에 견줄 만한 핵 재앙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군의 자포리자 원전 공격’을 이유로 이날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달 초부터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는 연속해 포격이 발생해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이다.

네벤자 대사는 “최근 며칠, 우크라이나군은 반복해서 유럽 최대 원전을 포격하려 다수의 로켓을 발사하고 중포를 사용했다”라며 “이런 공격이 이 시설의 핵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라고 비난했다. 이런 공격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사상자도 나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람들이 잠든 밤에 공격이 이뤄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네벤자 대사는 그럼에도 서방이 부당하게 러시아를 비난한다며 “자포리자 원전 핵 재앙의 실제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고, 그 모든 책임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지지자들에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이날 ‘테러리스트 러시아’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러시아 측을 맹비난했다. 세르게이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유엔 대사는 “불법적인 러시아의 핵 시설 점유로부터 기인하는 핵위협을 본질적으로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 병력의 철수”라고 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자국의 공격 활동에서 관심을 돌리려다 실패하자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며 “이런 소집은 그들의 최근 (자포리자)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안하면 특히 회의적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날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시설·인력에 위험을 제기했다고 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 내 핵시설 상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누구도 방사능의 바람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함께라면 테러리스트 국가를 막을 수 있다”라며 “더 빨리 러시아를 멈출수록 유럽과 세계가 더 빨리 안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8월 의장국인 중국이 주재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자국 대사 자격으로 한 발언에서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원전 중 하나”라며 “이 시설에서 대규모 사고가 일어난다면 결과는 후쿠시마 사태보다 파괴적일 것”이라고 했다.

장 대사는 아울러 “우크라이나 위기는 5개월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라며 “전쟁이 야기한 핵시설 안보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조속한 시일 이내에 상황을 진정시키고 평화를 재건하는 것만이 핵 위험을 궁극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모든 당사국이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재개하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서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다루고,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자포리자 원전 시설 상황의 원인은 미스터리가 아니다. 이는 러시아의 자주적인 이웃국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결정의 또 다른 비극적 결과”라고 꼬집었다.

젠킨스 차관은 아울러 “우리가 앉은 바로 아래층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가 열리는 중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일어난 점은 특히 화가 난다”라며 “러시아의 행동보다 더 직접적으로 비확산 강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약화시킬 수는 없다”라고 했다.

젠킨스 차관은 이런 취지로 “자포리자 시설에서 벌어지는 일의 해결책은 간단하다”라며 “미국은 러시아가 즉각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기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이어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안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핵 안전·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모든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며 “이처럼 큰 핵시설 인근에서의 군사 행동은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 측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는 즉각적인 위험은 없다는 게 현재의 예비 평가라고 설명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이런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런 취지로 “이번 무장 충돌의 양측 모두가 IAEA와 협력하고, 자포리자 원전에서의 임무를 가능한 한 빨리 허용하기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IAEA 전문가가 현장에서 자포리자 원전의 물리적 피해를 확인하고, 주·부수 안전·보안 시스템이 가동되는지와 통제실 직원들의 근무 여건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게 그로시 총장의 요청이다.

그는 “자포리자 현장 방문은 안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지난 6월부터 준비돼 있었지만, 정치적 요인과 다른 고려 사항으로 임무가 가능하지 않았다. 이런 요인으로 우리가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회의가 열리기 전, 자포리자 원전에는 또 포격이 일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상대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하루 만에 자포리자 원전과 원전 인근 지역을 두 차례 공격했다”라고 자포리자 자국 점령군을 인용해 보도한 반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공격이 친러시아 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을 통해 “원전 주변에 5차례 공격이 가해졌다”며 “잔디에 불이 붙었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양측의 주장이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포리자에 위치한 원전 단지는 원자로 6기를 보유, 유럽 최대 규모로 꼽힌다. 러시아 군은 개전 직후인 지난 3월 초 이곳을 장악했다. 현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원전 부근에서 교전을 이어가며 핵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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