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수출규제 3년 韓기업의 불신만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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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꾸준히 비판 가해
“장기적으로 日 기업에 손해
日 정부 통상정책의 흑역사”
닛케이 “한국 국산화 지지부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가한 지 7월 1일로 3년이 되는 가운데, 이 규제로 인해 일본에 대한 한국 기업의 불신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8일 대(對) 한국 수출 규제 3년을 맞아 “일본의 규제가 한국 기업에 불필요한 불신감을 심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날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매출이 일본 경쟁사인 키옥시아의 8배 규모로 크기 때문에 한국의 국산화가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수출 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본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한국이 중요 물자 국산화와 일본 외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게 됐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는 아이러니하게 일본에 대한 대만의 경계심을 자극하며 새로운 경제안보 리스크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도 올 5월 칼럼을 통해 “한일 간 쟁점 가운데 수출 규제는 실패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며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한국이 소재 부품 장비 자립화를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는 규제가 이뤄진 2019년에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전년대비 45.7%, 2020년에는 74.2% 각각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33.5% 늘었고 올 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불화폴리이미드는 지난해 1년 전보다 수입액이 11.5% 감소했지만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1년 전보다 11.9% 증가했다. 닛케이는 이런 수치를 근거로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제자리걸음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것만큼 탈일본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일본 측이 수출 규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대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현금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출 규제 등 여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수출규제#한국 기업#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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