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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 18세 고등학생, 집에서 할머니 쏜 뒤 초등 교실 돌며 난사

입력 2022-05-26 03:00업데이트 2022-05-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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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등학교 총격 참사]
美 초등교 총기난사… 어린이 19명 등 최소 21명 숨져
텍사스서… 18세 범인 현장 사살, 뉴욕 총격 열흘만에 美사회 충격
바이든 “대학살” 총기규제 촉구
범인이 SNS에 올린 셀카와 총기 사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살바도르 라모스(18·왼쪽 사진)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의 모습. 한 여성은 일면식도 없는 그가 12일 인스타그램에 총기 사진을 게시한 후 자신에게 사진을 보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미국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세 남성으로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24일(현지 시간)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살바도르 라모스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까지 차를 몰고 가 교내로 진입한 뒤 한 4학년 교실에 있던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쐈다. 총격으로 학생 19명과 4학년 담당 여교사 등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 전원이 한 교실에서 나왔다. 다른 학생 여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만5000여 명이 사는 유밸디는 멕시코 접경지대에 있다.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열이다.

라모스는 경찰이 출동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범행 전 소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변에 “이제 막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참극을 예고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슬픔에 빠진 美 2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학생들이 대피한 유밸디의 시민센터 앞에서 한 소녀가 오열하고 있다. 18세 고등학생이 벌인 이번 참사로 최소 19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무고한 어린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건에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유밸디=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참사는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난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이달 14일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총기규제법상 18세 이상이면 총을 구매할 수 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 소지 권리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 전미총기협회(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맞설 용기를 주는 우리 사회의 중추는 어디 있는가”라며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초등생 19명 포함 최소 21명 숨져, 교실 곳곳 피로 흥건… 현장 참혹
일부 학생 깨진 창으로 간신히 탈출… 범인,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 받아
총기 살 수 있는 18세 되자 참극벌여, 방탄복 입고 경찰과 대치… 사살돼



24일 오전 11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 앞 도랑에 회색 포드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인근 장례식장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이 트럭 운전석에 있던 살바도르 라모스(18)에게 “차를 빼도록 도와주겠다”며 다가갔다. 그러자 라모스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이들에게 난사했다. 그는 이 초등학교에 오기 전 자신의 할머니(66·중태)를 총으로 쏜 뒤 집을 나선 참이었다.
○ “10세 조카, 교실 곳곳 튄 피 보고 충격”
라모스는 학교 옆문을 통해 진입해 교실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날 학생들은 3일 뒤 시작되는 방학을 앞두고 ‘자유롭고 멋진 날(footloose and fancy day)’을 맞아 예쁜 옷을 차려입고 등교한 상태였다. 라모스는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고 교실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흥건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깨진 유리창 틈으로 기어 나와 탈출했다.

목격자들은 뉴욕타임스(NYT) 등에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 학교 학생인 10세 조카를 둔 에리카 에스카미야 씨(26)에 따르면 조카가 쉬는 시간 후 교실로 돌아오던 중 한 남자가 소리치고 욕하는 것을 들었으며, 곧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그러자 교사가 아이들을 교실 안으로 황급히 밀어 넣고 전등을 모두 끈 뒤 창문을 종이로 가려 화를 면했다. 그는 “조카가 대피하면서 교실 안 모든 곳에 피가 튀어 있는 것을 보고 심장마비가 온 것 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 사는 로먼 버두스코 씨는 “갑자기 학교에서 공사장 못 박는 기계 소리 같은 게 들려왔고, 곧 경찰이 학교로 몰려갔다”고 했다. 데릭 소텔로 씨(26)는 “총소리를 들은 학부모들이 학교 밖으로 몰려들자 범인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전했다. 방탄복까지 챙겨 입은 라모스는 바리케이드 뒤에 숨어 경찰과 대치하다 범행 시작 약 45분 만에 사살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딸의 사망을 확인한 한 부모는 페이스북에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네가 하늘에 도착했나 보다. 아가야, 영원히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다.
○ 사흘 전 총기 사진 올리며 범행 예고
라모스는 미국 총기규제법상 총기 구매가 가능한 하한 연령인 18세가 되자마자 참극을 벌였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시절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는 거의 안 가고 햄버거 체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해당 햄버거 가게 매니저는 CNN방송에 “라모스는 조용했고 다른 종업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일하고 월급만 받아 갔다”고 말했다.

라모스의 지인들은 라모스가 최근 재미 삼아 칼로 얼굴을 긁고, 행인들에게 비비탄 총을 쏘거나 차량에 달걀을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마약을 하는 친모와 갈등을 빚다 몇 달 전부터 할머니 집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총격 사흘 전 소총 두 자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범행을 예고했다. 사건 당일 오전 5시 43분경에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이제 막 하려고 한다(I am about to)”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여성이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한 시간 안에 말해주겠다. 그 대신 반드시 답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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