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부스서 머리감고 먹고 자고…상하이 봉쇄 난민女의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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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
중국 상하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된 올 3월 말부터 약 한달 동안 공중전화박스에서 생활한 50대 여성 농민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오른 ‘강아지와 공중전화부스에서 한 달간 산 상하이 여성’이라는 해시태그 게시물 조회수가 6000만 뷰를 기록했다고 10일 전했다.

중국 잡지 ‘에스콰이어 차이나’ 최근호는 지난달 29일 당국이 쫓아내기 전까지 이 여성이 공중전화부스에서 생활한 마지막 일주일을 기록한 사진들을 실었다. 대부분 주변 주민들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빨간 공중전화부스에 옷과 소지품을 넣어둔 채 강아지와 놀고 있는 이 여성을 담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가 일자리를 잃고 기본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 여성 같은 빈곤층에 미친 타격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여성은 공중전화부스 안 소지품을 하나도 챙기지 않은 채 강아지만 안고 맨발로 떠났다”고 전했다.

웨이보


중국청년일보에 따르면 이 여성은 산둥성 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에 응한 이 여성은 “공중전화부스가 조용해서 살기로 했다. 좁긴 했지만 공짜였고 혼자 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공중전화부스 주변에 콘센트가 있어 전기주전자로 물을 끓여 컵라면도 먹고 머리도 감았다는 것. 공중화장실도 봉쇄돼 볼일은 미화원이 준 검정 비닐봉지에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자신이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며 과거 무역업에 종사하다 20년가량 상하이에서 농민공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실직 상태인 그는 “난 단지 단순한 사람이다. 지금 내 인생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먹을 것도 있고 건강하다”고 말했다.

상하이는 지금까지 ‘제로코로나’를 목표로 강력한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간단한 식료품 구매를 위한 외출이 허락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 최근 SNS에 방호복을 입은 경찰이 확진자 발생 지역 주민들에게 격리를 통보하며 “확진자 발생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왜냐고 묻지 말라. 이유는 없다. 당국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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