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반전 시위하는 러 예술가 ‘평화의 할머니’ 체포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8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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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20년째 반전 시위를 하는 77세 예술가 할머니가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석방된 할머니는 다시 일인 시위에 나섰으며, 이탈리아 시의회에서는 할머니에게 ‘명예 시민권’을 수여하는 등 경의를 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자유 유럽방송(FRE) 등 외신은 지난 3월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이삭 광장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된 옐레나 오시포바에 대해 보도했다. 오시포바는 러시아 화가이자 은퇴한 미술 교사로, 20년째 반전 시위에 나서며 ‘평화의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시포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24일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이삭 광장에서 자신이 직접 그린 반전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벌여왔다. 당시 포스터에는 “군인들이여, 무기를 버리면 진정한 영웅이 될 것입니다”라고 쓰여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2일 함께 시위에 참여하던 8명과 함께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SNS에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당시 프랑스 주간지인 파리마치는 “오시포바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러시아 운동의 상징이다. 평화의 열렬한 수호자”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그는 시위와 연행, 석방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러시아 독립 인권 단체인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이후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항의하다가 구금된 러시아인은 현재까지 최소 1만5440명 이상이다.

밀라노 시의회는 최근 오시포바에게 명예 시민권을 수여했다고 이탈리아 매체는 보도했다. 밀라노 시의회는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서는 러시아 시민에 대해 밀라노시는 강력한 연대를 표한다”며 “오시포바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항의하는 러시아의 모든 사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오시포바가 반전 시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2년 벌어진 모스크바 인질 사건 때문이다. 당시 체첸 반군이 모스크바의 한 극장을 점령해 850여 명 이상을 인질로 삼았고, 러시아 당국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질 170 이상이 사망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시포바는 “처음 경찰에 체포된 건 G20 정상회담 당시 ‘전쟁의 정의를 믿지 마라’는 포스터를 들고 시위했다는 이유에서였다”며 “이후 여러 번 경찰에 잡혀갔다”고 전했다.

오시포바는 현재 지어진 지 50년 이상 된 허름한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으며, 저소득층 특별 수당 1000루블(약 1만7100원)을 포함해 매달 7000루블(약 11만9700원)로 생활하고 있다. 이 돈은 오로지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만 사용한다. 요금 미납으로 집 전화도 끊겼다.

일부 사람들은 오시포바에게 “돈을 벌기 위해 시위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하곤 하지만 그는 “20년 동안 그림 한 장도 팔지 않았고, 돈 한 푼 받은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돈을 받는다면,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돈을 벌기 위함으로 보일 것”이라며 “돈 때문이 아니라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 때문에 시위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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