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객기, 8869m 상공서 수직 추락… 2분만에 레이더서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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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팡항공 여객기 132명 생사 불명

승객과 승무원 132명을 태운 중국 둥팡항공 MU5735편 여객기가 21일 오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산악지역에서 추락한 뒤 사고 지점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수직으로 추락했고 그 직후 산 중턱에서 
화염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승객과 승무원 132명을 태운 중국 둥팡항공 MU5735편 여객기가 21일 오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산악지역에서 추락한 뒤 사고 지점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수직으로 추락했고 그 직후 산 중턱에서 화염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승객과 승무원 132명을 태운 중국 둥팡(東方)항공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21일 오후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산악 지역에 추락했다. 중국 당국은 사고 지역에 구조대를 급파했지만 여객기 추락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반 뒤인 오후 4시 50분경 여객기 추락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비행기에는 승객 123명, 승무원 9명 등 총 132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이날 오후까지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민항국에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한국인 탑승객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다만 추후 확인될 경우 한국대사관 측에 즉시 통보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 8869m 상공에서 2분 만에 수직 추락
민항국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MU5735)는 이날 오후 1시 15분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를 출발해 오후 3시 5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19분 중간 지점인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梧州)시 텅(藤)현 근방 산악 지역 8869m 상공에서 시속 846km로 가던 비행기가 갑자기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불과 2분 만인 2시 21분 레이더 신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수직 낙하 과정에서 최대 속도는 시속 566km에 달했다.

사고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사고 비행기가 상공에서 갑자기 수직으로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리(李)모 씨는 베이징청년보에 “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멀리서 비행기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면서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연기가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를 목격한 한 주민은 현지 매체에 “커다란 폭발음을 들였다”며 “추락 현장에 가보니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가장 큰 파편은 비행기 날개 부분 조각이었다”고 전했다.

환추시보는 중국 항공 전문잡지 편집장인 왕야난(王亞男) 씨의 말을 인용해 “항공기가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조종사가 항공기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직 하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매체들은 사고 발생 4시간 전 해당 지역 상공에 기상 악화 예보가 있었다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중국 기상 당국은 사고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돌풍과 국지성 호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강한 바람에 의한 날씨 변화에 주의하라는 당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사고 항공사 “사망자에게 비통한 애도”

광시좡족자치구 소방당국은 사고 수습을 위해 구조대원 수백 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 번지기 시작한 산불 때문에 사고 현장 접근이 어려워 사상자 파악에 애를 먹었다. 둥팡항공 측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승객과 승무원에게 비통한 애도를 표한다”며 자사의 홈페이지 화면 색깔을 흑백으로 바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생존자가 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에 처음 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비행기 추락이 아닌 대형 산불 신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산불을 일으켰고 당시 주변에 강한 바람이 불어 순식간에 큰불로 번졌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사고 발생 직후 영상을 보면 산불은 최소 두 곳 이상의 지점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여객기가 추락한 뒤 강한 충격으로 잔해들이 먼 곳까지 떨어져 나가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멀리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도 불길은 최소 2m 이상으로 높게 치솟았다.

이번에 추락한 중국 둥팡항공 소속 보잉 737-89P 여객기. 사진 출처 트위터
이번에 추락한 중국 둥팡항공 소속 보잉 737-89P 여객기. 사진 출처 트위터
사고 여객기가 소속된 둥팡항공은 중국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국제선 및 국내선 248개를 운영하고 있다. 사고기는 2015년 둥팡항공이 인수해 6년 8개월가량 운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둥팡항공은 2004년 11월 21일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 직후 10초 만에 결빙 문제로 호수에 추락해 탑승객 53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항공안전네트워크에 따르면 중국 역사상 최악의 여객기 참사는 1994년에 시안에서 광저우로 향하던 중국서북항공 비행기가 이륙 후 추락해 탑승자 160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중국 국내에서는 2010년 8월 42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12년간 비행기 추락 사고가 없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여객기#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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