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상, 15분 한번 쉬고 전후반 194분 ‘마라톤 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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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백악관, 자정 넘어서야 브리핑
바이든, 中 배려해 붉은색 넥타이
시진핑은 美민주당 상징 파란색

1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첨예한 의제들만큼이나 회담 자체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미중 간 시차를 고려해 미국 동부시간으로 15일 오후 7시 46분, 중국 시간으로는 16일 오전 8시 46분에 시작됐다. 예고됐던 시간보다 1분이 늦어졌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두 정상은 1시간 56분간 회담한 뒤 15분간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1시간 18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축구 경기처럼 전후반으로 나눠 총 194분간 회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11시가 지난 시간까지 3시간 넘게 시 주석과 논의와 공방을 이어가야 했다. 79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강행군이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회담 내용을 정리해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 나선 것은 워싱턴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어서였다. 백악관은 회담에 앞서 “통역을 포함해 몇 시간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대면으로 진행되는 회담의 경우에도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으로 나뉘어 통상 두 차례 진행되지만 오찬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회담 간격도 더 벌려 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정이 모두 사라진 화상 방식 회담에서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셈이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10분 분량의 영상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스크린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동시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고 시 주석은 입을 다문 채로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먼저 발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밤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차 통역으로 약 6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시 주석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 주석은 “우리가 영상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 무척 기쁘다”고 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한 것은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일 때 두 차례 만난 것을 감안한 표현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넥타이는 서로를 배려한 색깔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넥타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이었고, 시 주석 넥타이는 미국 집권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공동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각자 여는 기자회견도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는 공동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각자 개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중 정상회담#마라톤 회담#화상회담#1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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