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3대 지도자 반열에… “소설 ‘1984년’처럼 역사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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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오늘 6중전회 마치며 역사결의… 마오쩌둥-덩샤오핑 이어 3번째
공산당 100년 역사 531쪽 담아… 전체 4분의1이 시진핑 관련내용
3연임 장기집권 이론 근거 확보… “1984 소설 속 지배집단과 유사
中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을 잇는 중국 3대 지도자 반열에 오른다. 마오와 덩처럼 막강한 권력을 쥔 상태에서만 가능했던 ‘역사결의’로 스스로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로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절대 권력의 유능한 지도자라는 것을 국내외에 부각시키면서 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11일 중국공산당은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마무리하고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역사결의)를 채택할 예정이다. 중국공산당은 100년간 두 번의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역사결의는 중국공산당이 중요한 분기점에서 택하는, 말 그대로 역사적인 문건으로 중국공산당의 시대를 구분 짓는 일대 사건이다. 1945년의 첫 번째 역사결의는 마오쩌둥을 중국공산당의 유일한 지도자로 격상시켰다. 두 번째 역사결의는 1981년에 있었다. 마오 사후 권력을 쥔 덩샤오핑은 마오의 과오를 분명하게 지적하는 역사결의를 택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중국공산당이 이번에 세 번째 역사결의를 하게 되면 시 주석은 자연스럽게 마오와 덩을 잇는 지도자가 된다.

이번 역사결의는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를 정의한다는 점에서 앞선 두 차례와 차이가 있다. 앞 세대의 과오를 비판하기보다는 공산당 역사를 통째로 긍정하는 식의 역사결의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스스로를 3대 지도자로 격상시키면 생존해 있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덩샤오핑의 ‘계승자급’에 머물게 돼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역사결의를 위한 기본 자료가 될 531쪽 분량의 중국공산당 역사 보고서 중 4분의 1이 시 주석에 관한 내용이라고 8일 보도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집권 기간이 20년이나 되지만 집권한 지 9년 된 시 주석을 다룬 내용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 현대사를 ‘마오-덩-시진핑’이라는 세 지도자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역사결의로 시 주석 장기 집권의 이론적 논리적 근거를 확보하고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후 같은 해 가을로 예정된 제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공식 확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2013년 주석 자리에 올라 내년 당 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5년을 더해 적어도 2027년까지는 직을 유지하게 된다.

최근 중국 매체들은 연일 시 주석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10일까지 사흘 연속 1면 기사로 ‘시진핑 사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런민일보는 “시진핑 법치 사상의 영도 아래 중국은 전면적인 의법치국의 중대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시진핑 법치 사상은 법치 중국이라는 견고한 건물을 세웠다”고 했다. 앞서 6일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에 대해 “결단력 있고 사려 깊으며, 혁신에 도전하는 사람,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갖고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역사결의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지배 집단에 비유하며 “역사 왜곡을 통해 현재 권력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소설 속 지배 집단의 표어처럼 시 주석 역시 자신이 국가를 훨씬 더 밝은 미래로 이끌고 있음을 시사하는 새로운 역사를 원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의 중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소설 속 (선동 기관) ‘진리부(Minitrue)’가 그대로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3대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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