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일 만에…” 美 하늘길 열린날, 코로나 이산가족 공항서 감격재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13시 45분


코멘트
뉴시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 공항에 나온 아이샤 매슈는 영국 런던에서 도착한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훔쳤다. 매슈의 어머니는 이날 딸과 함께 유아와 갓난아기인 자신의 손자들도 처음으로 만났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하늘길이 닫히면서 영국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날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 제한조치를 해제하면서 감격의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었다. 매슈는 “가족을 드디어 만나게 되다니 너무 꿈만 같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한 남자 어린이가 ‘저 키 많이 컸나요’라고 쓴 문구를 들고 영국발 비행기의 도착을 기다렸다. 자신의 이모를 무려 730일 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는 이런 감격의 재회가 잇달아 연출됐다. 지난해 3월 이후 미국은 솅겐조약에 가입한 유럽 26개국과 영국 아일랜드 중국 인도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총 33개국에 대해 최근 14일 이내에 이들 나라에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규제를 내렸다. 사실상 이들 국가 국민들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막아왔던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정이 이들보다 나았기 때문에 입국 대상 제한에서는 제외돼 왔다.

그런데 미국은 이날부터 출발 국가와 관계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비행기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제한을 풀었다. 덕분에 유럽 뿐 아니라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도 그동안 사실상 이산가족으로 지내왔던 가족과 친지들이 이날 미국 공항을 통해 입국할 수 있었다.

졸리 데이브(30)는 미국에 사는 남자친구 니르밋 셸라트(31)를 만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 구자라트에서 뭄바이, 또 뉴델리를 거쳐 마침내 이날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은행에 근무하는 니르밋 씨 역시 7일 저녁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이곳까지 장장 1000km에 이르는 길을 운전해 그녀를 맞이했다. 니르밋 씨는 “매일 전화하고 영상통화를 하지만 항상 그녀의 손과 키스를 직접 느끼고 싶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서는 나탈리아 비토리니(28)가 생후 3주된 아들을 안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도착한 부모를 기다렸다. 이들은 작년 3월 이후 만나지 못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국경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지 수시간 만에 비행기표를 사서 미국으로 향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육로 국경도 이날부로 여행 제한이 해제되며 입국하려는 차량으로 붐볐다. 멕시코에 사는 옥타비오 알바레즈 씨(43)는 14살 딸과 함께 이날 차량으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주의 처가를 방문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 달에 두 번씩은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지만 팬데믹이 터진 이후에는 그러지를 못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레인보우 다리의 국경 검문소에도 하루 종일 차량들이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