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군에게 물건 판 죄”… 탈레반, 민간 20명 처형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입력 2021-09-15 03:00수정 2021-09-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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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없다던 약속 어기고 공포통치
아프가니스탄 점령 후 기자회견에서 페이스북을 비난하는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 알자지라닷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자신들에게 끝까지 맞선 저항군 거점 지역인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최소 2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3일 전했다.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뒤 “보복은 없다”며 아프간 국민들과 미군 협력자들을 향해 거듭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지만 폭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 사이에 탈레반의 협박과 폭력 등으로 문을 닫은 언론사만 150곳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은 판지시르주에서 적어도 2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는데 이 중엔 압둘 사미라는 남성이 포함돼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탈레반이 판지시르를 공격해 들어올 당시 “나는 가게의 가난한 주인일 뿐이다. 전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변에 말하며 대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그가 휴대전화용 유심(USIM·가입자 인증 식별모듈)을 저항군에 팔았다는 이유로 체포한 뒤 사살했다. 탈레반은 사미의 시신을 그의 집 앞에 버렸고 시신에선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고 BBC는 전했다.

BBC가 확보한 영상에는 판지시르에서 탈레반 대원들에게 둘러싸인 군복 차림의 남성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듯한 모습도 담겼다. BBC는 “살해된 남성이 군인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판지시르에서 군복은 흔하고, 이 영상을 본 목격자는 그가 민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아프간 현지 매체를 인용해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전국에서 최소 153곳의 언론사가 운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수도 카불에서는 여성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탈레반에 폭행을 당하거나 구금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 아프간에서는 소수 관영 매체만 있었지만 이후 미국의 지원 속에 매체가 크게 늘어 올 7월 기준으로 1600개가 넘는 인쇄 매체가 등록돼 있었다. 아프간언론인연합은 언론을 향한 여러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언론사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레반은 앞서 남녀 분리 교육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직장에서도 남녀가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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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군 지도자인 암룰라 살레 전 제1부통령 집에서는 현금 600만 달러와 금괴 15개가 나왔다고 아프간 하아마통신이 탈레반 주장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멀티미디어국장인 아마둘라 무타키는 이날 트위터에 탈레반 대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달러 뭉치와 금괴를 확인하며 가방에 넣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살레는 탈레반의 수도 카불 점령 뒤 판지시르에서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조직해 반(反)탈레반 저항을 이끌었다. 앞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로 도망갈 때 1억6900만 달러(약 1979억 원)를 챙겨 갔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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