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2번째 폭발음은 테러 아닌 CIA기지 폭파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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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항 부근 2차례 폭발음
美국방부 “자폭테러는 한번” 정정
기밀정보,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게
미군, 아프간내 CIA기지 폭파시켜

26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국제공항 앞 자살폭탄 테러에 이어 몇 시간 뒤 큰 폭발음이 또 들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테러 공격이 발생한 줄 알고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 폭발음은 철군 시한이 5일밖에 남지 않았던 미군이 아프간 내 미 중앙정보국(CIA) 기지를 폭파하면서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이글 베이스(Eagle Base)’라고 불리는 카불 공항 외곽의 CIA 기지를 스스로 폭파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미군 기밀 정보와 최신 군사 장비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앞서 미 국방부는 26일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터지자 공격이 모두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가 다음 날 테러는 한 번만 일어났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두 번째 폭발음의 정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추측이 무성했다. 이 두 번째 폭발음이 CIA 기지를 폭파할 때 났던 소리였음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이 기지는 벽돌 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졌고 아프간전쟁 초기부터 사용됐다. 처음엔 작은 규모였지만 나중에는 아프간 정보기관의 대테러 부대를 훈련하는 역할도 맡았다. 20년에 걸친 전쟁 기간 내내 사용됐는데 미국이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해 현지 주민들은 기지의 정체에 대해 거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지는 외부인의 침투가 거의 불가능하게 설계됐다. 약 3m 높이의 담벼락이 기지를 둘러쌌고, 두꺼운 철문은 차량이 드나들 때만 잠시 열렸다가 재빨리 닫혔다. 내부로 진입한 차량도 검문소를 거치며 세 차례 더 수색을 받아야 했다.

NYT는 “CIA 기지 폭파는 미리 계획됐고 카불 공항 폭발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카불#두 번째 폭발음#미군#cia기지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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