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며칠만 늦었어도…” 폭탄 테러 ‘애비 게이트’ 한국도 거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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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 테러]
아프간서 철수 韓대사관 직원 4명, 수송작전 위해 1주만에 카불 복귀
신원불명 아프간인 1명 돌려보내

“며칠만 늦었어도….”

27일 외교부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의 폭탄 테러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날 폭탄테러로 아비규환이 된 ‘애비 게이트’가 바로 나흘 전인 23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아프간 협력자 및 가족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그 장소였기 때문이다. 애비 게이트는 미국이 대피 중인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 등을 공항에 들여보내기 위해 검사하는 곳이다. 우리 정부도 이 게이트를 통해 26명의 아프간 협력자들을 우선 카불 공항으로 들여보냈다.

26명이 공항으로 들어온 뒤인 23일 오후 정부는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365명은 24일 미국의 협력을 받아 버스 6대에 나눠 태운 뒤 애비 게이트가 아닌 주출입구를 통해 공항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김일응 공사참사관이 밝혔다. 김 참사관은 아프간 협력자들의 현장 이송 작전을 지휘했다.

‘버스 작전’에도 위기의 순간이 도사렸다. 버스가 공항 주출입구를 통과하도록 미군과 협의했지만 막상 출입구 정문을 지키는 탈레반이 여행증명서 등을 문제 삼으며 들여보내지 않은 것. 김 참사관은 “사람들이 14∼15시간을 버스 안에서 대기했다”며 “에어컨이 안 나와 덥고 밖이 안 보이게 (창문을) 색칠해 아이들은 울고 사람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고 했다.

대사관이 카타르로 철수한 지 1주일 만인 22일 김 참사관과 대사관에 파견된 경찰경호단장 등 4명은 수송 작전을 위해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갔다. 김 참사관 가족들은 뉴스에 나올 때까지 그가 카타르에서 다시 아프간으로 간 줄도 몰랐다고 한다. 김 참사관은 “어제 와서 통화했더니 딸이 ‘아빠 카불 다녀왔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27일 추가로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인 13명을 포함해 한국으로 온 아프간인은 정부가 애초 밝힌 391명이 아닌 390명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중간 기착지 이슬라마바드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신원을 정밀 검사하는 과정에서 당초 명단에 없던 1명을 확인해 카불로 돌려보낸 뒤 현지 미군에 신병을 넘겼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아프간에 아직 협력자들이 더 남아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프간에서 11년 거주했다는 장영수 선교사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국 정부기관에서 위탁 운영하던 기구의 직원 및 가족 등 아프간인 823명은 이번 작전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프간 카불 테러#외교부#애비 게이트#is#자살폭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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