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었다고 태형”…탈레반 ‘공포정치’ 악화일로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4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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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한 지 10일째인 23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인권 유린 실태가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탈레반은 ‘관용’을 내세우며 인권 탄압이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 우려대로 공포정치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통의상을 입지 않는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에게 태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젊은 아프간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불에서 친구들과 길을 걷고 있는데, 탈레반 조직원이 ‘서구식 옷을 입었다’며 우리를 구타하고 총을 겨눴다”면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건 이슬람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한 언론인도 뉴욕포스트에 “지난 주말 아프간 의상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태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아프간 북동부에선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린 의상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총살됐다. 북부에선 “준비한 밥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음식을 만든 여성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전직 아프간 판사 나즐라 아유비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탈레반 조직원들이 여성들에게 음식을 내오거나 만들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젊은 여성들은 최근 몇 주간 인근 국가에 성노예로 끌려가고 있다”고 고발했다.

탈레반은 과거 아프간을 장악했을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와 가혹한 처벌로 악명을 떨쳤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 집권 기간 단지 이슬람 의상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인권 탄압은 여성에게 특히 가혹했다. 8세 이상 여성들은 부르카를 입고 다녀야 했으며, 손톱에 매니큐어라도 바르면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

정부 관계자나 미군·연합군에 협조한 아프간인에 대한 보복도 현실화됐다.

CNN에 따르면 미국을 도왔던 통역관 형제는 최근 탈레반으로부터 사형을 통보받았으며, 한 지역 경찰 수장은 기관총으로 무참히 살해됐다.

카불에선 언론인과 저항 세력을 잡아들이기 위해 조직원들이 집마다 돌며 급습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외국 조력자 등에 대한 보복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이 같은 보도가 잇따르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번 주 아프간 인권 유린 실태 조사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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